우리는 어떤 이를 영웅이라고 부르는가
"어? 하얼빈? 선생님 이거 옛날 책이에요?"
"옛날 책이냐고? 이거 출판된 지 얼마 안 된 책인데"
"아니 옛날 시대를 다룬 책이냐고요. 하얼빈 그거잖아요.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권총으로 쏜 곳"
"이야 그런 것도 알아?"
"네 책에서 봤어요."
안중근: 자네는 권총이 있는가.
우덕순: 있다. 광산촌에서 행상질 할 때 호신용으로 사둔 것이다.
안중근: 총알은 몇 발 있는가.
우덕순: 처음에 열 발 있었는데, 일곱 발로 꿩을 쏘고 세 발 남았다.
안중근: 꿩을 쏘고 남은 총알로 이토를 쏘는구나.
우덕순이 소리 없이 웃었다.
- 115p -
우덕순은 안중근과 두어 번 만난 적은 있었지만 흉금이 통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성장 과정이나 세습된 환경이 전혀 달랐다. 불온한 떠돌이라는 점은 같았지만 우덕순은 극빈의 하층민이었고 안중근은 토호의 자식이었다. 안중근은 한학의 기초를 갖추었고 무골의 기상이 있었다. 우덕순은 이토를 죽이러 가자는 안중근의 제안에 즉석에서 동의하고 이틀 뒤 둘이서 열차를 타고 블러디보스토크로 떠났다. 이토를 죽여야 하는 이유를 둘이서 말하지도 않았다. 둘 사이에 정치적 대화는 없었다. 이 과정은 우덕순의 진술과 안중근의 진술이 일치했다. 이 두 사내들 사이에 어떤 신통력이 작동해서 이런 행동이 가능했던 것인지 미조부치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이 두 사람만의 일인가. 아니면 다른 조선인들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는 일인가를 미조부치는 우덕순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 212p -
주류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주류를 선택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