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를 찾아서

길잡이의 필요성

by 정 호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운전을 할 때는 모두 베스트 드라이버가 된다. 어디 즈음에 카메라가 있는지, 어느 골목이 위험한지, 어느 길목에 갓길 주차가 많이 되어있는지 빠삭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 가서 운전할 일이 생기면 거주 지역에서 운전할 때보다 조금은 더 긴장한 상태가 된다. 도로에 대한 정보가 일절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는 두려움이 앞선다. 알지 못하는 것은 언제나 일정량의 두려움을 우리의 마음속에 싹틔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 앞에서 늘 머뭇거리게 된다. 직장을 옮기거나 완전히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는 일, 새로운 관계 속으로 홀로 뛰어드는 일 같은 것들이 대게 그러하다. 이런 상황들을 앞에 두었을 때 그 길을 먼저 가본 사람이 앞장서서 내가 갈 길을 환히 밝혀준다면 어떨까.


가로등조차 없어 새벽 바다처럼 고요하고 캄캄한 한밤의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슴푸레하게나마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도 없고, 상행 하행 차선 모두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어두컴컴한 길을 홀로 달리며 갑작스레 아득함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속도를 내서 달려도 괜찮은 걸까. 깊은 산길이라 혹여나 산짐승이 튀어나오면 어쩌나, 공사 중인 구간은 없을까, 심지어 갑자기 영화 카센터가 생각나며 타이어에 못이 박혀 펑크가 나 가드레일 밖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상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속도를 줄여야 되려나, 그래도 고속도로인데 속도를 얼마나 줄여야 되나. 너무 느리게 달리다가 뒤에서 과속하는 차량에 들이 받치면 어쩌나, 한 번 시작된 망상은 멈출 줄 모르고 점점 그 기세를 더해갔다.

그런 때 내 앞에 앞서가는 차량 한 대만 있다면, 여러 대도 말고 딱 한대만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 차는 아마도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난파선에게 멀리서 빛을 내는 등대만큼 반가운 존재요, 봉사에게 집 밖을 나설 용기를 북돋워줄 지팡이만큼 의지가 되어주리라.


일생을 바칠 만큼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낯선 길을 반드시 가야만 할 때, 짓눌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일을 떠안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 막연함에 압도되어 다리를 벌벌 떨며 내딛지도 물러서지도 못한 채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결국 앞을 향해 한 발 떼어야 함을 안다. 그 한 발을 조금이나마 쉽게 뗄 수 있도록 도와줄 등대 같은 길잡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축복은 우연히 선물처럼 내려지기도 하지만 부단한 노력을 통해 스스로 찾아내기도 한다. 시계도 나침반도 없던 시절,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길잡이 삼아 이동했던 시절의 사람들처럼 우리에게는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존재가 필요하다. 운이 좋아 앞길을 밝혀주는 지로꾼을 만나게 되기를, 그렇게 세월이 흘러 다른 이의 앞길을 밝혀줄 수 있는 또 다른 등대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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