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고 과학자는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경찰이 해야 할 일, 군인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이처럼 모든 업은 본질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렇다면 작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을 매개로 하여 세상 사람들이 새로운 시선을 경험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집이나 상가 토지 등을 두고 살 사람과 팔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부동산 중개인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작가는 시선 중개인인 셈이다. 이쪽을 바라보던 사람이 저쪽을 바라보도록, 저쪽을 바라보던 사람이 이쪽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맛깔나게 이야기를 만들어 신선한 재미를 선물하거나 사고의 전환을 꾀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사람, 작가란 그렇게 다른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누군가 묻는다. 너무 삐딱한 거 아니냐고, 굳이 그렇게 생각해야 하느냐고, 그렇게 살아봐야 너만 손해라고, 왜 그렇게 화가 나 있느냐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을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작가가 아니다. 그런 작가는 쓸 말도, 쓸 이유도 없다.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 누구나 그렇다고 끄덕이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의문을 품어본 적 없는 것에 대해, 정말로 그래? 진짜야?라는 의문을 품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다. 그런 의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은 열리기 시작한다.
작가라서 대단한 의문을 품는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 그리고 그 의문은 점차 안에서 밖으로,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확장된다.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에 아주 작은 균열을 내는 행위가 작가의 할 일이다. 그렇게 작가는 작은 균열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관점의 창을 통해 사람들은 재미와 가능성을 접한다. 작가는 그렇게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낸다. 그런 생각으로부터 어떤 이는 단순히 재미를 느끼는 것에 그칠지도 모르지만 어떤 이는 자신의 세계관이 뒤바뀌는 혁명과도 같은 사고의 대전환을 맞이하기도 한다.
작가는 삐딱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삐딱한 사람은 그래서 작가가 될 훌륭한 자질을 갖춘 셈이다. 으레 당연하게 여겨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 그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삐딱함이 필요하다.그러니 너 왜 그렇게 꼬여있니, 삐딱선 좀 타지 말라는 말은 작가로서 최고의 칭찬이나 다름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