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자발적이고 형식적인 독서 기록

도서관에서 스스로 책을 읽다

by 정 호

일요일 오후 다섯 시, 아파트 커뮤니티로 운영되는 작은 도서관에 갔다. 혼자 가만히 이 책 저 책 뒤적이더니 몇 권의 책을 뽑아 들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기특하여 집에 가자는 소리를 하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지켜본다. 그렇게 앉은자리에서 세 시간가량 아이는 책을 읽었다. 그간 가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준 적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단 한 번의 간섭 없이 오롯이 혼자서 책을 골라 자리에 앉아 읽고, 읽은 책을 제 자리에 가져다 놓고, 다시 또 새로운 책을 꺼내 읽는 자발적으로 몰입하는 독서의 시간은 없었다. 읽어봐야 십분 남짓 짧게 읽거나, 그마저도 귀찮아 부모에게 쪼르르 달려와 읽어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그리고 곧 지루해졌는지 "집에 가자"는 소리를 하곤 했던 아이가 오늘은 쩐 일인지 아무 말 없이 눈을 빛내며 도서관에서 세 시간이나 책을 읽었다.


그것은 아이의 세상이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했음을 뜻한다. 부모로부터 먹기 좋게 씹어진 정보를 전달받아 세상을 파악하던 수동적 탐구자에서 스스로 세상을 탐구해 나가는 적극적 탐구자로 변화한 것이다. 이가 골라온 책에서 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포켓몬스터와 마인크래프트, 자두와 한 남매. 아이가 요즘 관심을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시간 동안 아이와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이 아이의 삶을 들여다본 느낌이 든다. 그 세 시간은 나와 아내로 하여금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며 크나큰 기쁨을 느끼게 만든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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