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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Oct 07. 2020

화를 내는 것

나를 괴롭히는 그놈과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

화가 난다 화가 나!


앵그리 버드라는 캐릭터를 사랑했던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이 대단히 많은 화를 가슴속에 품고 있으며 화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화를 낸다는 것은
나 혼자 독약을 먹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유튜브 채널 "이상한 리뷰의 앨리스"에서 울려 퍼진 한 문장이 화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화는 과연 무엇이고, 화를 낼 때 우리의 몸은 어떤 상태가 되며, 우리는 도대체 언제, 그리고 왜 화가 나는가.


화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그렇다. 화는 우리 안팎의 어떤 자극이 나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내 안에서 발생하는 좋지 못한 에너지인 것이다. 이런 화가 내 몸안에 쌓이게 되면 화병이라는 이름을 가진 질병을 유발할 정도로 우리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매우 몹쓸 형태의 신체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화병이라는 것을 그저 힘든 삶을 살아온 한 개인의 넋두리 정도로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화병은 실제 하는 질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를 내면 일단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과분비된 아드레날린은 온몸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가 잘 통하도록 길을 열어준다. 혈관이 확장되면 혈액의 흐름이 빨라지는데 이때 우리 몸에 활성산소가 가장 많이 생성된다고 한다. 아드레날린 자체가 갖고 있는 독성과 활성산소의 독성에 의해 우리 몸은 노화와 손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손상된 몸을 복구하기 위해 부신에서는 코르티졸을 생성해내는데 코르티졸을 무리하게 생성해내야 하다 보니 부신에도 역시 무리가 오게 되고 부신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비만, 당뇨, 우울증 등 현대인의 만성 질병에 무방비한 상태로 노출되어버리고 만다. 화를 내는 행위는 과학적으로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EBS 다큐 당신이 화내는 진짜 이유"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 수 있다.


화를 낼 때 신체의 반응 중 아이러니한 것은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박동이 빨라져 온 몸으로 피가 빠르고 많이 공급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춘 뒤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지만 신체의 단 한 곳, 뇌만큼은 평소보다 피가 덜 공급된다. 이것은 생각을 덜 하게 하고 육체를 강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분노는 원시시대의 생존 전략 중 하나였다. 야생동물들과 맞닥뜨렸을 때 신체능력을 향상하고 원초적으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으로 분노는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신체적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낄만한 위해를 받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에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방어기제이므로 분노를 적절하게 해소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화를 내는가?


첫 번째 이유로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이 쌓여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컴퓨터의 메모리나 램이 부족하면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에 제한이 걸려 렉이 생기고, 멀티탭에 여러 선을 연결해두고 동시에 작동시키면 합선되어 전원이 나가는 것처럼 우리 인간의 뇌도 사람마다 감당할 수 있는 정보와 감정의 용량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순차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채 여러 상황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게 되면 인지 과부하, 소위 당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여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절하게 우리 주변의 스트레스 상황들을 가지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문제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속으로 삭히거나 혼자 화를 풀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이 문제가 나의 잘못이 아니라 너의 잘못, 혹은 외부의 어떤 상황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하게 되면 사람은 화를 내기 시작한다.


세 번째 이유는 좌절감 혹은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해도 고쳐지지 않는 상대방의 태도나 바뀌지 않는 상황을 두고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느끼거나 변화시킬 수 없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에 분노한다.


화를 내는 이유가 앞에서 살펴본 것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 이유의 원인은 어디쯤일까?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화를 잘 조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독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다. 즉 어린 시절에 좌절된 어떤 욕구나 상처와 만나게 된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내면 아이라고 부른다. 힐링과 자기 치유의 흐름을 타고 이 내면 아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화나는 일을 두고 내탓이오 내탓을 외치며 자신을 갉아먹자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잘못이 아닌 분명한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화가 나는 상황도 다수 존재한다. 그런 것은 불가피한 영역, 즉 나의 영향력이 닿지 못하는 범위의 문제이기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나의 의지와 의식으로 제거할 수 있는 분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된 후에라도 마음을 돌아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게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의 근본적인 배경을 파악하고 그 원인과 화해를 해내야만 우리는 화의 저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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