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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Aug 26. 2020

불신과 혐오가 가득한 시대

가짜 지식인들과 개인의 오만함이 빚어내는 비타협의 완성품

상담이라는 분야는 오랜 기간 동안 이루어진 깊이 있는 학술적 연구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활용되고 있는 확장성을 염두에 두었을 때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판단해야 마땅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일상에서 늘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기에 비전문가의 세계에서 쉽게 다루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상담가로 발탁되어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사람들이 그래도 나름 한 분야의 정점 근처에 도달해 봤던 경험이 있는, 실력과 경력을 인정받는 각 분야의 대가들이거나 상담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데 매체가 다양해지고 그만큼 확장된 시장을 채울만한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던지 요즘은 도대체 누구인지도 모르겠는 공신력 없는 사람들이 야매 상담가로 활개를 치고 있다. 심지어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인터넷 개인방송 채널들을 보면, 상담을 콘텐츠 삼아 영상을 촬영하는 채널들이 요 근래 폭증한 것이 느껴질 정도이다.


물론 어떤 이는 전문적으로 상담을 공부하지 않았어도 이렇듯 개인의 역량을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생겨 고퀄리티의 상담을 어렵지 않게 받아 볼 수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현상을 반길지도 모르겠다.


우리 주변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소재로 화두를 던지기 위해 상담이라는 분야를 예로 들었지만 이것은 비단 상담 영역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두 가지 측면에서 우려된다.


첫째, 어떤 분야로 들어갈 수 있는 접근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는가. 채널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낮아진 진입장벽은 그것과 비례하여 새로운 공급자들이 쉽게 그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전문성을 갖추지 않아도, 그 사람의 병력이나 직업, 성품과 경력 등과는 무관하게 어떠한 검증의 절차 없이도 누구나 어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한다.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 양적인 팽창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은 어떤 면에 있어서는 수긍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폭증하는 개인 방송 채널들을 보고 있으면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특히 비판적 사고를 아직 갖추지 못한 채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일지도 모를 어린아이들이 걱정되어 잠을 이룰 수 없을 지경이다.


두 번째 우려되는 점은 전문가의 신뢰도가 하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불신의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걸쳐 뿌리 깊게 깔려 있다. 특히 전문가에 대한 신뢰도가 아주 낮다는 것을 인터넷 댓글이나 우리 주변 사람들과 조금만 대화를 하다 보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우리는 우리가 조금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전체를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의사의 진료를 믿을 수 없고 판사의 판결을 믿을 수가 없으며 교사는 있지만 스승이 없다는 이야기를 쉽게 한다. 인테리어 업자들은 사기꾼들이고 건설업자들은 도둑놈들이며 모든 자영업자는 장사꾼이라는 말로 그들의 열정과 성실성은 한순간에 짓이겨지고 만다. 그들이 정말 믿을 수 없어서인지, 내가 그들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이런 생각이 비롯되는 것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전문적인 자격을 갖추지 않았어도 얼마든지 전문가 이상의 실력과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전문가들이 쌓아온 내공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불신의 시대에서 신뢰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처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각종 매체에서 쏟아지는 개인들의 목소리를 판별해 가며 들을 수 있는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며 전문가를 전문가로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노력과 실력을 인정하고 비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야와 경험이 신뢰를 바탕으로 어우러질 때 우리 사회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보다 믿을 수 있는 안전이 구축된 사회가 될 것이다. 불신이 기본값이 되지 않고 신뢰가 기본값인 사회가 구축되었을 때 우리는 보다 많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그것은 개인의 발전과 사회 발전을 이끌어 줄 무한한 동력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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