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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Sep 03. 2020

본질을 갈고닦을 때 명품이 된다

압도적인 퍼포먼스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에로 만초니라는 예술가를 기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이 말을 비판하려 예술활동을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저 말대로 되어버린 사람이기 때문이다.


피에로 만초니는 1961년 자신의 똥을 통조림 캔에 곱게 담아 밀봉하여 같은 무게의 당시 금값과 동일한 가격을 매겨 판매하였다. 부자들에게 예속되어버린 당시의 미술계, 즉 부와 유명세에 편승하여 미술활동을 하는 작가들과 작품을 비판하고자 의도한 프로젝트였는데 오히려 세월이 지나면서 이 작품이 유명해짐에 따라, 유명해져서 똥을 싸도 박수를 받은 대표 격인 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똥을 싸서 유명해졌든 유명해져서 똥이 비싸졌든, 정말 유명해지기만 하면 본질적 가치가 상승하는 것일까?


미술사에 문외한인 관계로 만초니가 얼만큼의 재능을 가졌고 어떤 작품 활동을 하며 생을 이어갔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다른 미술사조를 비판하는 것만이 아닌, 스스로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본질, 본인이 추구하는 신념을 미적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어떻게 평생을 연마하다 갔는지 궁금해졌다.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얼마나 충실한 시간을 보냈으며 그 본질을 얼마나 완벽하게 구현해냈는지 여부가 명품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이런 생각에 기인하여 앞에서 언급한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라는 말이 현실에서 진실처럼 통용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편엔 불편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유명해진다는 것과 본질에 충실하다는 것은 서로 일말의 연관성도 찾아볼 수 없고, 어떤 것이 더욱 가치 있게 대접받아야 하는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명확하다고 판단되는 기준이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을 지켜볼 때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시계 브랜드 가운데 롤렉스가 명품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인이 차별화되어서? 가격이 비싸서? 역사와 전통이 어서? a/s가 확실해서? 이런 것들은 부수적인 옵션에 불과하다. 롤렉스가 명품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딱 하나. 시계 본질의 가치를 구현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계 본질의 가치는 무엇인가. 바늘이 움직이며 시간을 알려 준다는 것이다.

시곗바늘이 정교하게 움직이며 미세한 오차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오차가 발생하더라도 그것마저 스스로 감지해내서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미세한 과정을 거쳐 수정하도록 하는 것, 아날로그적이지만 고급스러운 시곗바늘의 움직임, 이 모든 것을 스스로 구현해내는 기술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와 오랜 연구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 바로 본질에 대한 투자를 인정받았기에 명품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슷한 예로 BMW를 들 수 있다.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BMW는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인기 있는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이다. 옵션, a/s, 감가상각 등 국산차를 구입하는 것에 비해 손해를 보는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BMW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유는 동일하다. 자동차의 본질, 달리고 멈추고 커브를 돌아내는 능력이 그 어떤 차량과 비교하여도 월등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시계는 시계의 본질에, 차는 차의 본질에 충실하며 그 본질의 능력치를 최대한 뽑아낼 때 명품의 반열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에게도 명장, 혹은 달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것은 오랜 시간 한 분야에 종사하며 전문가적인 내공이 쌓인 분들에게 존경을 담아 선물하는 명예로운 호칭이 아닐 수 없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달인들의 탈 인간적인 모습에 넋을 놓고 그들의 퍼포먼스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고로 전문성이란 본질에 깊이 도달했을 때 부여받게 되는 특별한 포상이다. 명품은 그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운이 좋아 잠시 유명세를 탔다고 해서, 운이 좋아 한두 번의 성공을 했다고 해서 명품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본질에 대한 꾸준한 성찰이 수반될 때만 명품이라는 훈장을 수여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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