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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Jun 25. 2020

생각은 변한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같은 나인가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를 아주 오래전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봤었다.


그 당시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던 중이어서 여자 친구와의 모든 기억을 약을 써서 지워버렸지만 사라지는 그 기억을 다시 살리기 위해 처절하게 애쓰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 공감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하릴없이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가 이터널 선샤인이 방송을 하고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잠시 바라보게 되었다.


 한데 어쩐 일인지 지루하기 짝이 없고 몰입을 전혀 할 수가 없으며 공감은커녕 도저히 참지 못하고 중간에 티브이를 꺼버리고 말았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의 경험과 현재 자신의 입장에서만
완벽하게 현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아무리 이해심이 넓고 다양한 상황을 머리로 받아들이는 사람일지라도 진심 어린 공감이란 그리 쉽게 나오지 않는 법이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을 때는 내가 그 영화에 몰입할 만한 상황이었고 같은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그 영화에 몰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뿐이다. 내가 감정이 메말라서, 영화를 안보다가 오랜만에 보니 예전보다 영화 보는 눈이 없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행복할 때는 불행에 공감하지 못하고, 불행할 때는 행복에 공감하지 못한다.


 군대를 막 전역한 남자들이 전쟁영화에 몰입하는 것, 자수성가한 어른들이 청년실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우리 뇌는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상황과 입장이 바뀐다면 자신의 생각 또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법이다.


 하나, 그것이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할 때가 있는데 바로 그 순간,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나는 교통사고로 인한 십자인대 파열로 군 입대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생활을 했었다. 20대 초반 즈음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사회복무요원(공익)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못 깎아내려 안달이던 현역 입대 판정을 받은 친구가 있었다. 한데 몇 년 후 그 친구가 신체에 이상이 생겨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생활을 하게 된 후로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발언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고된 청년기를 보내왔던 한 친구도 있었다. 그 친구는 고등학생 시절 사회탐구 사회문화 과목을 배우다 보면 나오는 갈등론자의 전형이었다. 특히 부동산과 집값 상승에 대한 불만이 엄청났었는데 운이 좋게도 청약에 당첨이 되어 집 값 상승을 한 번 경험하고 난 후 집은 오르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포지션을 바꾸었다. 교사의 방학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일삼던 친구도 있었다. 한데 교사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한 뒤로 교사의 방학이 가진 장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비단 이런 사례가 아니더라도 상황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생각의 변화가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생각의 변화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정당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계약직일 때와 정규직일 때, 평사원일 때와 간부가 되었을 때, 기혼과 미혼 등 이렇게 생각의 변화에 불씨를 지피는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는 끊임없이 기회비용에 대해서 생각하고 매몰비용에 대해서 합리화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니까. 그렇지 않으면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만 같아 마음이 너무 쓰라려 견딜 수 없으니까.


 계속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바뀌어가는 과정을 경험한다. 하지만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화, 특히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의 변화는 지켜보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한쪽 면만 바라보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에서 우리 인생은 행복도 있고, 고난도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시선이 향해있지 않은 곳도 살펴보는 자세가 체화되었을 때, 비록 우리가 조금씩 변해가더라도 미움받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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