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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예술일기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사야한다는 착각
by
선홍
Nov 4. 2023
저는 집안일하길 참 싫어합니다.
설거지, 방청소, 빨래, 먼지 닦기, 욕실청소 등등... 매일 처리해야 할 일들이 좀비 떼처럼 끝없이 밀려오네요.
할 수만 있다면 다 외주로 줘버리던지 기계로 대체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다 든 생각이 집안일에서 완전히 해방되면 어깨춤이 날 정도로 살맛이 날까? 하는 궁금증이었어요.
불교에서는 새벽같이 일어나 방 청소하고, 마당을 쓰는 일조차도 하나의 수련과정으로 보잖아요? 하기 귀찮은 일을 항상심을 갖고 매일 하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예술일기를 쓰면서 좋았던 점이 뭐 대단히 거창한 풍경이나 사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었기에
내 주변의 사소한 물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한 나 자신에게 시선이 가게 해준 것입니다.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를 보면 무기력증 앓던 어머니를 살게 해 준 힘은 일상의 처리해야 할 자잘한 집안일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기자직을 그만둔 후 전자제품, 전기 없이도 사는 극도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 사람입니다.
청소기,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 필수가전제품 없이 살아보면서 불편하긴커녕 삶이 더욱 활기차지고 집안일에 재미가 붙었다는대요
새로운 걸 생산하고 팔아야 하는 자본주의 마케팅에 넘어가 자꾸 필요 없는 걸 사서 이고 지고 사는 처지가 된 것 아닐까요.
저 또한 이사를 겪으면서 쓸데없는 물건들을 사는 데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러왔는지 깨닫고 경악했었죠.
집안일을 해줄 물품들을 자꾸 구매하는 동안 집안일은 하찮고 귀찮은 것이라 치부하는 심리가 자리 잡았습니다.
속옷 빨래를 손으로 조물조물해 빠는 재미, 더러웠던 접시가 풍성한 세제 거품으로 닦여 뽁뽁해지는 즐거움에 대해 왜 아무도 찬사를 하지 않은 걸까요?
누군가의 가스라이팅에 당한 듯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사야 한다는 주문에 걸려들어 살아왔다는 걸 깨닫습니다.
집안일하는 전업주부의 삶은 의미 없고 지루하다고 믿어 악착같이 회사를 다녔었죠. 집안일 잘하는 살림꾼들이 정리정돈, 요리하는 법에 관해 쓴 책들을 보며 경탄했으면서도 말이죠.
뭐가 더 우월한 일이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는 일만이 성숙한 삶을 살게 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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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 기획 PD 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퇴사 후 글짓고 밥짓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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