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꽃보다 아름다워

by 선홍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서울이 지겹다고들 합니다. 부산과 서울에서 반반 살아본 입장에서 보면 서울이 참 예쁘고 '볼매'라고 생각해요.


특히 반듯한 성형미인 같은 강남보다 구도심인 강북을 더 사랑합니다. 아무래도 걷기를 좋아하고, 제 멋대로인 성향 때문인지 오래된 강북 골목들은 이쯤에서 나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뷰가 펼쳐지는 점이 참 좋아요.


특히 부산에는 없는 고궁과 낡은 한옥골목이 아름답기 그지없죠.


산토리니라도 온 듯 높은 성곽을 따라 따닥따닥 이어진 이화동 같은 마을이라든지 오래된 한옥 칼국수집, 카페들이 있는 서촌, 계촌, 북촌 등과 한 번씩 드라이브를 꼭 가줘야 하는 '북악스카이웨이'의 야경은 또 얼마나 보석처럼 영롱한지요.

드라마에서 보는 대저택들이 즐비한 성북동, 평창동을 거쳐 부암동까지 가는 코스를 너무 좋아해서 가족들이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좋아하는 곳을 갔다 오면 반드시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고, 꼬임 것도 풀려버리지요.


좋아하는 곳을 일일이 다 열거했다간 날 샐 지경이니 이쯤에서 그만두고, 일상에서 자주 가는 공간을 얘기해 볼게요.


저는 성북천이 가깝고 걷기가 좋아 자주 갑니다. 졸졸 흐르는 개천의 물소리, 곱게 핀 꽃과 나무들을 보며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가 있어요.


답답한 아파트를 벗어나 걷다가 이름 모를 꽃을 한참 쳐다보기도 해요. 나뭇잎 색이 연두색에서 진초록, 카키색으로, 진갈색이 되었다가 마침내 우수수 떨어지는 걸 보며 인생의 끝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연두색 같은 어린아이에서 단풍 같은 중년을 지나 결국엔 다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겠죠.

누구도 그 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참 공평한 셈입니다.

마지막을 두려워하기보다 삶이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자고 맘을 다잡아보네요.


성북천 주변엔 당연히 좋은 카페들도 많죠.

혼카페족인 제가 사랑하는 공간들은 여러 번 가서 예술일기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 따로 수채화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추워지는 계절,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혼자만의 시간들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자신이 속한 공간들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성북천 야경


카페 '오비스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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