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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예술일기
회사에 오만정이 떨어지던 순간
by
선홍
Nov 27. 2023
반복된 일상을 정신없이 살다가 '이건 아닌데!', 누가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순간을 맞은 적 없으신가요?
회사 다니면서 가슴속에 사직서 안 품고 사는 회사원이 있겠습니까마는.
꿈이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생계문제로 고된 워킹맘의 생활을 이어가던 중,
'
아, 이건 정말 아니지'하는 순간을 맞고 말았습니다.
회사 그만둘까 말까,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고민의 끈이 툭, 하고 끊어져버리는 느낌.
제가 다녔던 영화사 A는 작지만 흥행스코어가 좋았는데, 다른 대형 영화사 B와 함께 대기업의 계열사가 됐습니다.
운명적이게도 영화사 B는 제가 영화계에 첫발을 디딘 곳으로, 저 혼자 친정처럼 생각하는 소중한 곳이었죠.
대기업자본이 들어오니 월급, 진행비도 오르고, 대표님들은 직원들 월급 걱정을 덜 수 있어 좋았습니다.
허나 점점 자본의 투자수익성을 올리는 것만이 목표가 되더니 영화사 A, B의 경쟁이 과열되기 했습니다.
다른 문화 콘텐츠처럼 영화가 참 이상한 것이 아무리 명문대 나오고, 해외유학, 유명 로펌 변호사가 와도
흥행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요.
어찌 보면 바로 그 점이 영화 만드는 즐거움이자 묘미겠지요.
희한하게 경쟁이 과열될수록 작품의 질과 흥행스코어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죠.
저는 팀의 대표로 팀원들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됐습니다. 팀원이 줄면 저도 위험해지니까요.
급기야 TFT(task force team)이 꾸려졌는데, 그런 경험이 처음인 저는 어리벙벙했죠.
팀의 대표로 들어간 그 자리는 까놓고 보니, 구조조정 때문에 상대영화사의 사람을 왜 잘라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상대영화사의 대표와 팀원들을 바라보면서 목구멍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간 첫 영화사의 막내시절, 친절하게 대해주던 선배들이 그 자리에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팀을 지키기 위해 그들을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의 밥줄이 아니라 좋아하고 따랐던 사람들의 밥줄이었죠. 가슴속에 비애의 웅덩이가 커지는 것을 꾸욱 삼켰습니다.
아마 그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이건 아니지'하는 순간 말이죠.
개인마다 그 순간의 기준은 다를 겁니다.
결국 회사를 그만뒀고, 이후 돈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지만 그때의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저를 지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아니지'의 순간이 없는 게 베스트겠지만, 만일 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답은 없겠죠.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될 뿐.
혜화동 '어쩌다산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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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 기획 PD 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퇴사 후 글짓고 밥짓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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