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계산이 매너의 척도?

by 선홍


남한테 인색한 것과 나에게 인색한 것 중 어떤 것이 더 문제일까요?


친정 엄마의 친구분 중 A는 허리띠 졸라매고 사는 시기를 지나 안정권에 들어섰어도 예전 습관대로 사는 분이 있었습니다.

친정엄마도 웬만한 짠순이는 울고 갈 분이었지만 그런 엄마가 보기에도 혀를 찰만했다죠.


엄마 친구의 쫀쫀한 살림 덕분에 그 집안은 꽤 잘 사는 축에 들게 됐지만 친구분은 자신을 위해선 가방하나 산 적이 없었다고 해요.

친구분이 걸치고 입는 건 죄다 남한테서 얻거나 주워온 것뿐이었죠. 식구들만 위하고 정작 자신한텐 인색했던 거죠.


그러다 그 지인분이 60대 나이에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혼자 남은 지인의 남편분은 몇 년 후 재혼을 하셨고, 고생만 하고 살다 남 좋은 일만 하고 갔다며 친정엄마는 친구의 죽음을 슬퍼했습니다.


다른 친구분 B는 건물주에 자식부부가 의사임에도 남한텐 십원도 안 쓴다고 해요.

여자들은 나이 들수록 계모임이니 뭐니 고정적인 만남의 자리가 있잖아요.

내가 한번 사면 내심 너도 한번 사길 바라는 게 인간의 속 마음입니다. 속으론 모르는 척하겠지만 외식비도 오르는데 나만 계속 밥값을 내는 기분이 들면 억울하겠죠.


친구 B는 모임회원 중 가장 부자였음에도 한 번도 밥을 안 사니 회원들의 빈축을 사는 바람에 '안 나왔으면 하는 대상' 일순위가 됐지만 본인만 몰랐던지 모임에 한 번도 안 빠지더랍니다.


시어머니도 인심 좋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논할 때 '밥값 계산'이 척도였습니다. 남한테 좋은 마음으로 낸 밥값이 매너의 척도가 되더란 말씀입니다.


한편 MZ세대인 딸은 뭘 하나를 먹어도 친구들과 정확히 인분으로 나눠 카카오뱅크로 송금하더군요.

너무 정 없다 싶은데 차라리 그게 마음 상할 일 없이 깔끔해 보이기도 해요.


엄마의 친구분 A와 B는 누구를 위해, 어떻게 소비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생각하는 계기를 주셨습니다.

내가 어느 유형에 가까운지, 어떻게 소비하면서 사는 게 현명할지 예술일기를 쓰는 동안 생각해 봅니다.

그럼 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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