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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 패밀리는 어쩌라고

by 선홍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일명 '문송'이라는 단어가 참 씁쓸한 요즘이다.


취직난에 시달리다 못해 의대 충원 소식에 의대반이 쏙쏙 신설되는 학원가 뉴스들이 등장한다. 직장인들을 위한 의대반까지 있다는데.


첫째가 고등학생 시절, 이과반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좀 의아했다. 수학, 과학보다 국어, 영어를 잘하는 데다 아빠, 엄마도 문과체질이었다. '문과 심은 데 문과 난다'고 믿는 1인이므로.


왜 이과를 가냐고 묻자 취직 때문이라고 했다.

공대인지 약대인지를 안 가면 큰일 날 것처럼 굴었던 딸은 결국 실패를 맛보았다. 재수를 해서 원하는 명문대를 들어가더니 문과 중에 문과 같은 과를 선택해선 잘만 다니고 있는데.


슬며시 취직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몰라'라는 대범한 답만 돌아왔다. 딸이 원했던 것은 이과가 아니라 대학의 네임벨류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람은 종종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둘째도 이과반을 선택했다. 역시 취직문제 때문에 공대를 가야 한단다.

컴퓨터, 인공지능, 코딩 어쩌고의 단어들이 쏟아졌다. 내가 보기엔 모든 과목 중에 수학을 못하는 게 문제였음에도 말이다. 흠...


시사, 정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남다른 성향을 가진 아들에게 정치외교, 사회학 같은 전공을 권해봤지만 문과로 갈 거면 상경대를 가겠단다. 역시 취직 문제 때문에.


얘들아, 우리 가문에 직장에 못 들어가 죽은 귀신이라도 있냐?


집에서 취직문제를 얘기해 본 적이 없는데도, 요즘 애들이 보고 듣는 게 다 그런 고민들이니 그렇겠지.


남들 좋다는 길과 자신이 잘 맞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조금이라도 자기가 남들보다 잘하는 분야를 갈고닦는 게 더 경쟁력 있는 선택 아닐까? 세대가 아무리 바뀌고, 인공지능의 시대가 될수록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같은 저성장시대에 'X세대'의 조언이 맞겠나 싶고, 엄마가 물정도 모르면서 하는 조언이 될까 봐 말을 아끼게 된다. 그저 '문좋'(문과라서 좋습니다)의 세상이 오길 빌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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