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를 위한 나라는 없다

에필로그

by 선홍

작년 겨울, 불수능이란 표현으론 부족해 용광로 수능이라고까지 불리는 딸의 2022년 대학입시를 무사히 치렀다. 수험생들은 첫 번째 국어시험부터 듣도 보도 못한 헤겔의 ‘변증법’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헬게이트가 열려 버렸다.


마스크를 쓰고 치르는 코로나 수능에다 문, 이과 ‘통합형 수능’이 된 첫해라 이과보다 문과에게 더욱 경쟁이 치열하고 불리해진 상황이었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치러준 것만 해도 감사한 상황인데, SKY에 가고 싶어 재수까지 한 아이가 원하는 대학의 정시에 합격한 소식을 들었을 땐 제사지내기 싫었던 조상님한테까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다녔던 학원에서 툭하면 확진자가 나와 ‘인강’으로 대체되는 상황이었기에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것만 해도 조상이 도왔다고 봐야 했다.

아이는 겉으론 멀쩡해 보였으나 공부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픈 곳이 자꾸 생겨 속상하게 만들었고, 혹여 내가 코로나라도 걸리면 공부에 지장을 줄까 봐 오랜 기간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었다.


거기에다 통합형 수능이 치러진다니.... 그게 뭐 별거냐고 물으신다면 이전까진 이과와 문과가 지원하는 과가 분리되어 있었다. 그렇다, 그게 우리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2022년 수능부터 수학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과가 문과만 가능하던 과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공대 가려는 아이가 대학을 한 단계 높여 문과에 교차 지원 시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과생 4명 중 1명은 문과에 지원할 의사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면 불안해졌다. 마치 히어로 액션 영화에서 점점 강해지는 빌런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는데.


점점 대학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거다, 대학이 뭐라고 목숨 거냐... 생각했던 나였지만 막상 겪어보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내가 고3이었을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학부모 스트레스와 불안들. 해마다 변수가 생기고, 그 변수 때문에 당락이 결정되는 대학입시이기에 학부모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자식 교육에 무심했던 나도 이런데 다른 학부모들은 어떨까 싶어 알지도 모르는 학부모들에게 동지애가 느껴졌다. 부모의 정보력이 그래서 중요했지만 문제는 내가 아는 게 없는 ‘바보엄마’라는 사실이었다!

아이는 엄마가 아는 게 없으니 강요하는 것도 없어서 좋다고 했지만 가끔은 답답한지 그것도 모르냐며 한숨을 쉬었다. 딸이 ‘바보’라고 놀려댔지만 몰라서 내 속은 편하다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진짜 바보...?)


숨 돌릴 틈도 없이 둘째가 고등학생이 되는 시점에서 그간 내가 학부모로서 느껴왔던 감정들과 미천한 경험이나마 학부모들과 나누고 싶었다. 초등학생, 아니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되는 유별난 교육공화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근거 없는 불안과의 전쟁이었다.

각종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내 생각을 지켜나가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행인지 불행인지 일하느라 바빠 아는 엄마들이 없는 외톨이다 보니 가능하긴 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대신에 얻는 정보도 없고, 아이가 친구 사귈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보단 유능한 엄마들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에 정보보단 위로와 공감을 주고 싶었다. 수험생들은 남들에게 이해라도 받지만 학부모를 위한 나라는 없으므로. 만화책 보듯 재밌게 읽다가 티끌 같은 정보라도 얻어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좀비특별전형도 가능할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