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특별전형도 가능할지 몰라

by 선홍

‘라떼’는 획일화, 중앙화의 시대였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요즘 애들은 들으면 기겁하겠지만 한 사람이 잘못하면 다 같이 단체 기합을 받는 일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학력고사든 수능이든 제도도 아주 심플했다. 모두가 같은 날에 시험 친다, 성적에 맞춰 1지망, 2지망을 정한다, 끝.

그런데 요즘 수능은 어찌나 복잡한지 그것을 알려주는 학원이 있다면 나부터 다녀야 할 판이었다. 외톨이 엄마다 보니 어쩌다 가는 학교 설명회, 피하고 싶은 학원, 아이한테 듣는 정보가 다였다. 정보를 띄엄띄엄 주워듣고 공부도 하지 않으니 한 쾌에 읽히지가 않아 새로운 용어가 등장할 때마다 ‘무뇌아’ 증상이 나타나 멍하니 눈만 꿈뻑꿈뻑 거리며 먼 산만 바라봐야 했다.

여전히 잘 모르지만 내가 이해한 바론 이랬다. 대입 수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수시와 정시.

고등학교 재학생인 경우 N수생들이 많이 도전하고, 수능 날 하루 시험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정시보단 수시로 도전하는 편이 유리했다. 고등학생 때 구축된 학생부는 수정할 도리가 없기에 N수생의 수시 도전 시 좋은 결과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수시도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는데, 학생부 중심, 대학별 고사, 특기자/ 실기생 선발이었다. 여기까진 이해하는데 별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학생부 중심은 또다시 ‘학생부 종합전형’과 ‘학생부 교과’로 나뉘었고, 대학별 고사는 논술시험이었으며 특기자 전형은 학교가 정하는 기준과 내가 맞는 곳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기에 그야말로 다양하고 다채로웠다.

넷플릭스 화제의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좀비로 초토화되었던 도시가 회복을 시작하자마자 자신들의 도시만 봉쇄되어 피해를 본 고3 여학생이 ‘좀비특별전형’을 실시하라고 1인 시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야말로 좀비보다 한국 고3이 더 무서운 현실이 웃프게 다가왔다. 실제로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해 그것도 가능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고등학교 입학하면 대부분의 경우 수시 중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불리는 일명 ‘학종’을 선택하는 분위기였다. ‘학생부 교과’는 내신 성적만을 보기에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기에 대학의 과에 맞는 활동과 내신을 다양하게 보는 ‘학종’을 선호했다. 2018년부터 학종의 비중이 대폭 증가하여 주요 대학의 선발 비중이 50%를 넘기게 되었다.

성적 맞춰 대학 가는 게 전부라고 할 수 있었던 우리 때와는 달리 고등학교 3년간 학생이 원하는 진로와 학과를 생각해보고 거기에 맞는 동아리 활동, 독서, 각종 대회 등에 참가하면서 내신 부담은 줄어드니 기존 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학종’이 나온 건 이해되었다. 문제는 학종이 자기소개서, 학교생활 기록부, 교사추천서를 바탕으로 대학교수 및 입학사정관들이 평가, 선발하는 것인데 학교생활기록부, 일명 ‘생기부’에 적을 창의적 체험활동과 수상경력이 너무 다양하기에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학교 내에 다양한 제도를 잘 갖추고 있는 ‘자사고’에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비싼 학비가 부담되어 그럴 수도 없었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를 사이비 교주처럼 내뱉던 ‘스카이캐슬’의 김주영 선생 같은 프로페셔널한 입시 코디가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강남의 입시 코디는 고1 때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1년에 비용이 2000만 원 상당한다는 말을 듣고 놀라 입을 쩍 벌렸던 기억이 있다. 이래서 ‘금수저 전형’이라 불리고, 각종 비리에 연루되기도 하나 보다. 입시 코디가 없다면 부모라도 나서야 했건만 괜히 잘못된 정보를 줘서 아이를 헷갈리게 하는 것도 문제다 싶어 모르쇠로 일관했으니 수시에 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학종’이라도 내신 성적을 반영하기에 ‘생기부’가 좀 별로라도 내신이 좋으면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성적을 높이기 위해 강남에서 강북의 일반고로 전학 오는 기이한 일까지 있다고 들었다. 세상은 요지경이 아닐 수 없다.

수시에 지원하는 경우라면 정시 수능은 준비 안 해도 되니 편한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난이도 차이가 있겠으나 그 공부가 그 공부이고, 수시로 지원하더라도 정시 수능에서 최저 등급을 충족시켜줘야 합격 가능한 대학들도 있으므로 정시 준비까지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이 또한 난제였다.

이러다 보니 고3이 되면 노선을 변경하는 학생들로 교실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었다. 내신이 망했다 싶으면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로 아예 돌리거나 논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는 친구들이 생기는 것이다. 딸도 이과였지만 수학 성적이 계속 잘 나오질 않아 문과로 전향하는 바람에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거기에 대해선 또 할 말이 많지만 다음 기회로.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생기면서 학력고사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편안해지는 얘기 같지만 글로벌 시대에 전근대적인 입시제도의 틀에 묶어버리는 것 또한 후퇴가 아닐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 시절 사교육 시장은 또 얼마나 불타올랐었던가.

생각하면 답답하고 머리만 아프니 ‘바보엄마를 둔 학생 특별전형’이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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