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신주의 장자수업'을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장자가 재밌다고? 장난하냐 반문하실 수 있겠지만 진짭니다.
전 머리 아픈 걸 싫어하는 인간이니까요.
원문 그대로 번역한 책이라면 지루해서 못 읽겠지만 작가의 풍부한 철학적 지식 덕분에 장자와 서양 철학을 오가며 텍스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장자가 쓴 책이 '장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네요.
장자라는 분은 규율과 원칙을 강조하는 공자와는 아주 다른 분위기입니다. '아님 말고'의 통 큰 융통성이 느껴진달까, 그러니 자신의 주장을 책으로 박제시키는 일에 관심이 없었을까요?
장자 시대이니 당연히 중국의 옛날옛적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항상 옛날옛적 누군가가 등장하더니 어떤 마을을 지나가게 되죠. 그러다 눈에 띄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 국룰입니다.
그 어떤 이는 말도 안 되게 거대한 거목이 마을에 버젓이 자라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아요.
당시엔 시멘트나 돌을 건축재료로 부리는 기술이 없었기에 대부분 나무로 집을 지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큰 나무가 베이지 않고 멀쩡할 수가 있냔 말이죠!
그 이유가 바로 거목이 가지, 기둥, 잎 어느 하나도 쓰임새가 없는 나무라는 걸 알고 놀라게 됩니다.
우리가 스펙을 쌓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유는 쓸모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죠.
저 또한 SNS에 글을 올리고, 공모전에 도전해 작가로서 가치 있음을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떨어지면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아 우울해집니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알아주는 곳도 없구나, 한탄하죠.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의 쓸모를 누가 재단할 수 있나요?
이미 짜인 판에 들어가 쓸모를 인정받고 싶은 게 우리의 원대한 꿈이었을까요?
세상의 쓸모에만 우리를 맞추게 되면 어느 순간 톱으로 잘려나가 조각나고, 약품처리된 후 말리고 또 말려지겠죠.
장자가 말하는 거대한 '대붕'이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긴커녕, 누군가의 '꼬붕'으로 인생쫑 나겠죠.
거시적으로, 좀 더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봐야겠습니다. 실패하면 어떤가요, 좋은 경험하고 있다, 거목이 되려고 그러나 보다 생각할래요.
실패, 성과에만 주목하면서 몇 년 살아보니 주먹에 트로피는커녕 모래알만 우수수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뭔가를 이루기 위해 놀고 싶은 것도 참고, 없는 내 돈 투자해 가며 버틴 시간, 그 순간의 나를 대단한 존재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데 아무것도 이룬 게 없네, 실패한 내 존재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룬 게 왜 없나요, 그럼에고 불구하고 또다시 도전하는 자신에게 솔직히 존경심을 느꼈는걸요.
자신을 존경하다.... 이상한 말이긴 한데, 계속 실패했는데도 도전하다가 어느 날 진짜 그런 감정을 느꼈습니다.
쓸모 있는 인간이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맙시다.
우린 어차피 자본주의든 민주주의든 누군가가 짜놓은 판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판에서 쓸모없다고 나라는 사람 자체가 쓸모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거목이 되려고 그러는 가 보죠.
어쩌면 거대한 새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다니려고 그러나 보죠.
남의 쓸모에 맞추는 노력도 하고 살면서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기, 또 노력해 보고, 남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