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고들 합니다.
비싼 주거비, 교육비 등이 중요 문제가 되지요. 교육비 중에서 특히 학원비가 이슈인데요, 사립학교를 보내지만 않는다면 돈 먹는 하마는 아마 학원비일 겁니다.
아이 둘을 키워본 워킹맘 입장에서 경험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고민 중이신 분에게 최소한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먼저 말씀해 드릴 건 제 성향입니다. 사람들이 이쪽으로 가라고 하면 저쪽으로 가는 삐딱이 성질을 갖고 있어요.
왜 그래야 하지? 생각하는 탓에 고생하지만 덕을 볼 때도 있어요. 교육비 문제에 한해서라면 결과적으론 덕을 본 쪽에 가깝습니다.
출근시간은 있지만 퇴근시간은 없는 계통에서 일한 터라 엄마들의 커뮤니티에 속해본 적도 없어요. 덕분에 항상 불안했지만 '카더라'통신에 휩쓸릴 위험은 없었죠.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들을 장기적으로 학원에 보내본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나 같은 엄마를 만나 애들이 대학진학길부터 막힐까 봐 솔직히 겁났어요.
그렇잖아도 힘든 엄마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맹모삼천지교'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멱살을 계속 잡았거든요.
누구는 자식을 위해서 이사를 세 번이나 했다는데,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를 위해 한번 이사를 했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러지 못했어요. 회사가 인원감축을 하는 상황이었기에 버티는 것만 해도 몸이 부서질 것 같았으니까요.
맹자 엄마는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시대에서 산 게 아니니까 그럴지, 나는 나다! 하면서. 사실은 귀찮고 힘드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첫째는 재수를 했지만 목표로 한 명문대에 갔고, 둘째는 겨우 '인서울' 했습니다.
학원 안 보내고 대학 보냈다는 자랑 하려고 이 글 쓴 거지?라고 물으신다면... 맞습니다!
눈치가 빠르시네요, 흐흐흐.
첫째는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컸는데, 그런 애들은 학원 안 보내도 알아서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대충 패스.
문제는 둘째인데 적극성, 경쟁심이 없어 그런지 성적이 고만고만했습니다. 이때다, 아이가 중학생이었을때 나도 다른 학부모들처럼 적극적으로 노력해 보기로 결심했죠.
먼저 유명한 학원가까지 데리고 가서 야심 차게 레벨테스트란 걸 받아봤는데요, 세상에나 들어갈 반이 없다는 겁니다!
유명학원들 중에 일정 수준이 아니면 들어가지도 못한다는 곳이 있다는 걸 체감했어요.
첫째 때는 몰랐던 절망감을 삼키며 어쩔 수 없이 집 근처 동네 학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좁고 인테리어도 별로였지만 거기서도 레벨테스트를 받아야 했는데 결과는... 또 들어갈 반이 없다는 겁니다!
선행학습이 안돼 있다는 이유였죠.
젠장, 배우러 학원 가는 건데, 학원 들어가기 위해 과외라도 받아야 하는 건가요? 이제 겨우 중학생인데... 2차 절망감을 안고 씁쓸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생각해 보니 내 절망이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아이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걱정됐습니다.
이래서 다들 초등학생 때부터 선행학습하느라 난리였구나... 주변에서 나보다 더 내 자식들을 걱정했는데...
또다시 맹모를 떠올리며 나 같은 엄마를 만나 아이가 상처받는구나, 생각했어요.
과외도 아는 사람한테 딱 한번 몇 달간 받아봤어요. 그랬는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과외받기 전후의 성적이 같지 뭡니까!
나보다 현명한 둘째는 학원도 몇 달 다녀보더니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나 학원 안 다녀."
다녀봤자 돈만 들고 자기한텐 효과도 없다고.
그러더니 고등학교 내내 '인강'만 혼자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설득해 봐도 소용없었어요. 저는 아이를 믿기로 하고 속으론 학원비 굳었다고 좋아했습니다.
무턱대고 남들 다 좋다는 학원 보내는 것보다 먼저 내 아이 성향파악을 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면 굳이 보낼 필요가 없고, 소심한 성격의 아이라면 과외나 인강이 더 맞을 것 같아요.
학원처럼 아이들이 여러 명 있는 곳에선 질문하는 적극성이 없으면 보내봤자 늘지 않더라고요.
2030년 세계최고 장수국가가 한국일 거라는 연구까지 나왔으니 부모의 노후대비냐 학원비냐가 중요한 화두지요. 한 달에 학원비가 몇 백 만 원인건 예사입니다.
이럴 때 무작정 남들 따라 가는 건 위험한 일 같습니다.
이것도 학원투어를 해보다 깨달았으니... 역시 학원에 보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