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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50넘으면 끝이라고?

by 선홍
<서브스턴스>


평일 오전에 영화 <서브스턴스>를 봤습니다.

신체변형, 피범벅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고어영화이니 초심자에겐 권하지 않겠습니다. 프레쉬한 오전엔 특히나.


소싯적에 피터잭슨, 데이빗 크로넨버그 같은 감독들이 만든 괴이하고 천재끼 넘치는 작품들을 꽤 많이 본 분들에게는 당연 추천입니다요.


영화평을 하려고 글문을 연 것이 아니라, 그 영화에 나온 재수 없는 남자보스가 한물간 데미무어에게


여자가 50 넘으면... 끝이잖아?


라고 실실 웃으며 말하는 장면 때문입니다.

뭐가 끝인데요?라는 듯 극 중 데미무어가 그를 꼬라보지만 예민하게 왜 이래?라는 듯 웃음으로 무마하는 주름투성이의 남자.


50 넘은 여자입장에서 나도 그 보스에게

넌 거울도 안 보고 사냐, 뭐가 끝인데? 앙? 하고 멱살잡이를 하고 싶었으나... 교양 있는 사람이니 참습니다.


남에게 보여주는 직업을 가진 데미무어는 늙고 안 예쁘단 이유로 잘린 후 나 아직 안 죽었어, 결국 위험한 선택을 하고 말죠.


그 대가로 본인뿐 아니라 사회에도 충격적인 피범벅 퍽큐를 날리게 되는데요, 복수랍시고 그랬으면 덜 슬플 텐데, 끝까지 쇼의 주인공이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욕망 때문에 폭주를 하게 됩니다.


사회가 예쁘고 젊은것만 숭상하면 그 이외의 삶은 가치 없고 우울하게 느껴지는 착각이 생깁니다.


물론 50을 넘기니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신체의 변화가 옵니다.

흰머리가 늘고, 죽어라 뛰어도 똥배는 안 빠지죠.

반갑지 않은 팔자주름도 찾아옵니다. 늦게 자고 수면량이 적으면 얼굴에 푸석한 티가 바로바로 나버리죠.

어깨 뭉침에 시달리고, 허리, 무릎 통증도 생기고, 불면증에 피부면역력까지 떨어져서... 헉헉... 입 아프네요.


어머, 우울하겠다, 힘들겠다,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3,4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지금이 좋단 말입니다.


애 키우면서 회사 다니는 동안 주말에도 못 쉬면서 안 잘리려고 전전긍긍, 시댁 문화에 적응 못해 피곤,

돌아보면 탱탱한 시기였지만 외모가 마음에 들었을 리 만무, 자신감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내 한계를 받아들이게 되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남들의 시선에서도 점차 자유로워집니다.


외부의 기준에 얽매여 자신을 비하하며 나이들다간

나 하나만 망하는 게 아니라 영화처럼 멋모른 채 지켜보던 어린 여자, 다음 세대까지 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영화 속 재수 없는 보스에게 큰소리로 말하고 싶어요.

여자가 50 넘으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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