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는 촉촉한 주말 아침입니다.
카페에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으로 감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으니 잊고 살던 감성 세포가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김현식이 누군지, '비처럼 음악처럼'이 무슨 노래인지 모른다고요? 에이잉... 요즘 스마트폰으로 음악 듣기 쉽잖아요. 젊은 친구들, 저 믿고 비 오는 날 한 번만 들어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비를 좋아해 수다가 길었습니다.
요즘 <린치핀>이라는 책 독서를 즐기는 중입니다.
작가가 <보랏빛 소가 온다>라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쓴 '세스 고딘'이라는 유명한 분이라 오래전에 사놓았던 책이죠.
작가가 말하는 '린치핀'이란 지금까지의 교육, 회사의 시스템에 길들여져 언제든 대체가능한 존재가 아닌, 대체불가능한 존재를 말합니다.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법을 캐볼까, 눈을 빛내며 책을 읽다가 느낀 점은 신기하게도 불교 철학과 맞닿은 점이 꽤 많았다는 점입니다.
린치핀의 마음가짐에 대해 적어보자면,
받은 만큼만 일하려고 하지 마라.
내가 가진 노하우를 기꺼이 남에게 퍼주어라.
득도가 어려운 만큼 린치핀이 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껏 교육받은 것과 다르니까요.
식당에서 서빙하는데 시키지도 않은 서비스를 고민하는 직원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친구가 그런 걸로 고민한다면 바보라고 조언하겠죠.
작가는 선물, 호혜에 관한 내용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미친 듯이 날뛰는 자본주의 망령에 물들어 자신의 인간성이 대부분 날아갔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받은 만큼 일하겠다, 그런 사람은 흘러넘치니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타당한 지적 아닌가요?
또한 상황을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능력을 가져라,
고 합니다. 불교에서 이런 지혜를 '프라냐'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불은 원래 뜨거운 것인데, 불에 데어 화상을 입었다고 불에게 화를 내는 게 무슨 소용인가요. 불에게 복수하겠다고 칼을 간다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입니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이란 바뀌지 않는 것을 바꾸려는 일은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 또한 스님들이 누누이 얘기하시는 부분 아닙니까. 바꿀 수 없는 일에 집착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같은.
만일 위의 덕목들을 가진 사람이 리더십까지 갖췄다면 제가 봐도 탐나는 인재일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절박했던 시기에 린치핀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일이 익숙해지고 승진할수록 잔머리를 굴리게 됐던 것 같아요.
그만큼 린치핀이 되는 일은 별거 없어 보여도 만만치 않습니다.
길들여진 방식을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탐나는 인재, 린치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