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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를 위한 나의 촌스러운 가정식

-멸치땡초 간장

by 선홍


올봄은 유난히 짧게 느껴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짧아서 안타까운 시기, 부모님들의 간병으로 언제 꽃이 폈고, 저버렸는지도 모르겠어요.


가족들과 서로 도와 일상의 꼴은 겨우 유지합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아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알 겁니다.


그런 경험들 덕에 '지루한 일상'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으니 힘들기만 한 경험은 아니라고 봐야죠.


그럴 땐 틈틈이 스트레스 해소를 해줘야 잘 버틴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아픈 사람의 감정에 공감은 하되 너무 매몰되면 서로가 힘들어집니다. 아무리 소중한 가족이라도 내 삶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도 있으니까요.


멸치땡초 간장


그동안 잘 얻어먹었으니 거동이 불편하신 시어머니를 위해 양념장을 만들어봅니다.

요리에 관심이 없어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음식 만드는 걸 선호하는데요,

저같은 사람도 영상에서 스치듯 한번 보고 만들어냈는데 반응이 좋았던 음식, 바로 멸치땡초간장입니다.


1. 가는 멸치, 마늘, 다진 땡초를 기름 두른 냄비에 넣고 볶다가

2. 진하지 않은 간장을 자작하게 부어 끓여요.

3. 끓자마자 올리고당을 추가한 후 참기름은 넣을지 말지 취향대로 하시고요.


이게 끝입니다! 진짜 너무 간단한데 밥도둑이 따로 없어요. 밥에 계란프라이 얹은 후 양념장 넣어 비벼먹거나 양념 안 한 김에 싸 먹으면 핵꿀맛!


시중에 파는 '맵짤이'같은 맛인데 간장이 자작한 스타일이에요. 경상도 엄마들이 집집마다 만들었던 양념장이라고 하네요. 부산출신인데도 금시초문입니다마는.


요리 잘하는 시어머니는 남의 음식 맛있다는 소릴 잘 안 하시는데, 맛있다고 하셔서 몇 번이나 만들어드렸어요.

평소에는 들어보지 못하는 칭찬이라 고래 같은 며느리를 춤추게 합니다.


양념장을 만들고 있으니 매콤한 땡초와 마늘이 어우러진 멸치 향이 코끝을 간질여 재채기가 막 터지네요. 냄새가 너무 좋아요.


시어머니가 지겹다, 제발 그만 좀 만들어, 라고 하실 때쯤엔 몸이 좋아지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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