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어머니의 가정식'을 씁니다.
매주 찾아뵙는 일상은 똑같지만 시어머니는 여전히 거동이 불편하세요. 수술 후 이 정도로 회복된 것만 해도 기적일 겁니다.
예전처럼 큰 시장에 가셔서 장보고, 카트에 식재료를 가득 담아 끌고 오는 일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자식들이나 친구분이 찾아와 십시일반 반찬을 두고 가면 해 드시는 건 가능해요.
내가 만든 맛없는 음식을 솜씨 좋은 어머님이 드실까, 안 먹고 버리게 되면 그것도 돈 드는데... 걱정이 늘어납니다. 요리에 재주가 없는 저 같은 며느리들은 공감할지도 모르겠어요.
성격까지 급해서 뚝딱뚝딱 만드는 음식이 좋아요. 그래서 '멸치땡초간장'을 자주 만들어놓고, 들기름 잔뜩 두른 후 지글지글 계란프라이 부쳐서 밥에 같이 슥슥 비벼먹습니다.
멸치땡초간장은 정말 만들기 쉬워요. 잔멸치와 고추만 필수, 나머지는 취향껏 넣으시면 돼요.
냄비에 간장 먹고 싶은 만큼 붓고, 잔멸치 듬뿍 넣은 후 생수를 부어요. 짠 거 좋아하면 조금만 넣고 알아서들. 그럼 거의 끝났어요.
중간불로 끓이면서 마늘, 매실엑기스나 설탕 넣고 참기름 두르면 진짜 끝! 오래 끓일 것도 없고, 반찬 없을 때 양념 안 한 김과 싸 먹으면 별거 아닌데 꿀맛입니다.
시어머니께 조금 해드렸더니 맛있다고 하셔서 신이 나요, 신이 나, 또 해드렸죠.
그러다 시댁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상을 차리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꽤 전에 만들어드렸던 멸치장이 그대로 있는 겁니다! 두둥! 어머니이~~
엄마들은 가족이 뭐 하나 맛있다고 하면 계속 만들어서 결국은 물리게 만들어버리죠. 왜 그러는 걸까요? 이해 못 했는데 저도 그랬나 봐요.
처음에 먹을 때 맛있지, 또 찾아먹을 만큼 귀한 맛은 흔치 않잖아요.
그래서 아는 레시피도 별로 없는데 고생하지 말고, 맛있는 반찬가게에서 산 다양한 반찬을 먹을 만큼 덜어드렸어요. 당뇨가 있는 어른들은 맛있는 것보다 토마토, 파프리카, 달지 않은 떡 같은 음식이 더 좋고요.
멀리 사는 아버지보다 가까이 사는 시어머니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부모님께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시어머니의 밥상은 이제 지인들이 갖다 준 반찬들로 우리 집 보다 항상 풍성합니다.
소중한 한 끼,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