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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촌스러운 가정식 <상추 한상>

by 선홍

입추가 지났다고 미약하나마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역시나 일요일에 시어머니를 뵈러 갔어요.


시어머니는 수술 후 건강을 많이 회복하셨지만 혼자 시장을 가거나 요리하는 일은 아직 무리가 갑니다.

이럴 때 반찬을 척척 만드는 재주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동생의 아내인 올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손이 빨라 많은 반찬을 금방금방 만들어냅니다. 아버지 드시라고 해온 반찬통 개수를 보며 시어머니처럼 요리에 재주가 있구나, 감탄했어요.

만들 반찬과 필요한 재료가 바로 떠오를 수 있다니, 참 대단한 일이죠.


보잘것없지만 같이 먹을 반찬을 들고 시댁에 가니 누군가 십시일반으로 갖다 준 반찬들로 상이 채워집니다.

자식들, 누군가의 며느리, 이웃집 할머니 등등 혼자 살아도 혼자 사는 것 같지 않은 시어머니의 삶이 밥상 위에 펼쳐집니다.


오늘은 누군가가 갖다 준 싱싱한 상추가 한가득입니다.


누군가가 직접 키웠다는 싱싱한 초록, 평소 눈여겨본 적이 없는 채소인데, 오늘따라 뭐든 같이 싸 먹어도 맛있네요.


요즘처럼 반찬 하기 덥고, 영양은 챙겨야 할 때 아무 젓갈이나 하나 사서 밥과 상추에 싸 먹으면 입맛이 돌 것 같아요.


대단한 반찬이 없어도 가족들과 둘러앉아 먹으면 그저 맛있다는 진리를 또 한번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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