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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시어머니의 밥상

by 선홍


유난히 마음 어지러운 봄입니다.


시어머니는 다시 걸을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로 힘든 수술을 하셨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까지 하고 마침내 두 달여 만에 퇴원하셨습니다. 얏호!


노인분들은 그런 수술하고 나면 요양병원, 요양원에서 집으로 못 돌아간다는 얘기까지 들었던 터였습니다.


요양병원에 문안 가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4인 병실에 간병인이 한 명이라 식사 때 한 명씩 꼼꼼히 챙겨주기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보호자 대동 없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다가 사고 나면 간병인 책임이기 때문에 무료하다고 침대에서 내려올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이 수시로 방문해 어른을 운동시키지 않으면 상태가 호전되기 어려운 거죠. 계속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니 식욕이 떨어지고, 근력도 떨어지고.


그나마 요양병원은 시설 괜찮고, 의료진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한 달에 200~400 정도 병원비가 드니까 이쯤 되면

돈 없고 돌봐줄 사람 없는 백세시대는 저주라고 봐야 될 정도 아닌가요.


요즘 같은 핵개인 시대,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기도 쉽지 않습니다.

시어머니는 덕이 있으셔서 그런지 자식들이 다 효자입니다.

특히 남편은 질투가 날 정도로 매일 요양병원에 가다시피 하면서 시어머님 운동을 시켜드렸어요. 자식들의 노력 덕분인지 무사히 퇴원을 하신 거죠.


내 노후의 모습은 어떨지 자연스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회사 다니면서 가족 챙기는 일이 버거워 혼자 사는 게 제일 속 편하겠다 부러워한 적도 많았습니다.

내가 계속 건강하다면 모르겠지만 어른들을 보니 자식 없인 병원예약, 병원 다니고, 입원 후 돌봄, 일상의 문서처리,

집 고장 난 곳 수리 등등 자식이 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들이 너무 많아요.


국가에서 지원하는 생활지원사라는 분이 계셔서 혼자 사는 노인들을 관리해 주시긴 합니다.

심적으로 도움 되지만 여러 집을 관리하시기 때문에 물리적인 부탁까진 못 드려요.


아들에게 미리 교육시켜야지, 하고는

"너도 아빠가 할머니한테 하는 것처럼 나한테 할 수 있겠느냐?"라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응 역시, 하는 순간, 그때는 로봇이 다 해줄 거랍니다요. 이노무 자식이!

내 집에서 나가라고 할까요? 로봇 살 적금을 지금부터 드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요?


다가오는 '노인의 시대', 곧 일본을 제칠 예정이라는데, 현실적 여러 문제들을 개인이 다 해결할 순 없으니

사회망을 어떻게 구축할지 관심이 갑니다.

A.I와 결합된 로봇대여서비스가 정말 생길까요? 궁금해집니다.


몇 달 만에 다시 시어머니댁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해진 시어머니 대신 십시일반 갖다 준 반찬들로 우리가 차리는 밥상이 되었습니다.


다시 찾은 밥상이 감사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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