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시댁 가는 일상이 멈춘 지 꽤 됐습니다.
시어머니가 손가락을 다친 일로 시작됐는데, 연세가 있어 그런지 잘 낫지도 않을뿐더러 몸에 다른 곳까지 문제가 생기네요.
부모님이나 주변어르신들을 보면 아무리 건강하던 분도 70세 넘으면 아프기 시작하고, 80세가 넘으면 감기라도 방치하는 순간 폐렴으로 발전하더라고요.
시어머님도 또래보다 건강하셔서 많이 활동하는 분이셨는데도 세월에 장사 없습니다.
언제나 든든하게 존재하실 줄 알았던 부모님이 입원하시면 염색을 못해 흰머리가 온통 드러나고, 활동도 적어져서 그런지 그제야 노인으로 보이더라고요.
남의 눈엔 이미 노인이었겠지만 자식으로 오래 살아온 사람 눈에는 든든했던 모습이 각인되어 그런지 달리 보였던 거죠.
법맛이 없으시다는 어머님을 위해 반찬을 해가기로 했습니다.
시어머님이 입원하기 전에 해 먹으라고 주셨던, 소금에 절여진 미역줄기가 눈에 띄었어요.
그때만 해도 시어머니가 다쳐서 일상이 흔들리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었는데.
어렵지도 않은 미역줄기볶음이건만 반찬가게에서 사 먹거나 얻어오기만 했지, 직접 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시어머니가 미역줄기를 주시면서 만들기 쉬우니 해보라고 하셨던 방법대로 해봅니다.
소금에 절여진 미역줄기를 하루밤새 물에 담가놓고 소금기를 빼줍니다.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어먹어 봐서 더 담가놔야 할지 말지 간을 봅니다.
가위로 숭덩숭덩 자른 후 프라이팬에 기름, 간 마늘, 미역줄기를 넣어 휘휘 볶아요. 그럼 끝!
소금을 안 넣어도 간이 맞는 초간단 반찬입니다.
음식은 최대한 쉽게 만들어야 한다, 는 지론에 딱 어울리는 반찬이네요.
솔직히 말해 마늘을 너무 많이 넣었고, 물에 너무 오래 담가놔서 간이 싱거웠습니다.
그러면 어때요, 정성이 중요하지요.
식욕이 없으신데 더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병원에 가져갈 다른 반찬도 쌉니다.
또 한 명의 엄마가 음식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레시피를 개발, 음식을 만들고, 거기다가 예쁘게 플레이팅까지 하는데 엄청난 노력과 체력이 요구됩니다. 그런 장면을 영상이나 글로 기록까지 하는 할머니가 있다면 모두가 가서 손뼉 쳐드려야 합니다. 수명을 단축시킬지도 모를 아주 위험한 일이니까요.
몸이 안 좋아진 친정엄마에게 음식을 해드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만든 보잘것없는 음식을 맛있게 드셔서 뿌듯한 동시에 서글퍼졌습니다.
가족을 위해 평생 음식을 해왔던 엄마가 자기가 먹을 음식조차 만들 힘이 없어졌을 때,
한때는 꿈 많은 소녀였었던 엄마의 무대 위 공연이 끝나갈 시점이 된 것 같았습니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했던 엄마를 존경하게 됐지요.
제가 만든 반찬,
맛보다 정성이라고 우기며
시어머니가 맛있게 드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