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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노트 May 11. 2023

14. 투자에도 공수조화는 필요하다.

- 아들에게 전해주는 투자레터 (8)

아들아, 전세 갱신 계약서를 준비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이 글을 남긴다.


한창 투자에 열을 올릴 때 반드시 스스로의 재무상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 자산 중 부채의 양은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 이 부채에 대한 이자 또는 자산을 보유하거나 매도하면서 생기는 세금을 원만히 처리할 현금흐름은 이루어지고 있는지 말이다.


투자를 하면서 수익이 극대화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하고 기쁠 수가 없다. 약간의 흥분상태와 함께 이번엔 어떤 종목으로 투자할지 그 생각만 하게 되지.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버틸 수 있을만한 자금 상황을 나도 모르게 초과해서 투자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내가 정한 투자처가 가져다줄 이익에만 몰두하다 생기는 일종의 ‘한쪽 시야의 오류’ 같은 거다.


아빠는 매달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기록에 남겨둔다. 총 자산, 부채, 순자산의 양을 매달 체크하면서 부채비율을 점검한다. 부동산 투자는 십중팔구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상품이다. 보유하고 있는 동안 계속적으로 세금이 발생하고 세법 또한 자주 바뀌고 있기 때문에 신경 쓸 것이 많다. 전세 보증금과 대출이자 및 세금에 대한 시나리오를 갖추지 않고 그저 이익을 많이 줄만한 투자처에만 포커스를 맞추다 보면 어느새 내 그릇을 초과하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다. 눈덩이를 굴려 점점 불어나게 하는 것은 좋지만 동시에 나의 재무체력도 기르지 않으면 눈덩이에 깔려 죽게 된다.


‘흑자도산’이란 말이 있다. 뭔가 우량한 자산도 많고 부자처럼 보이지만 현금흐름이 막혀 그 자산에 숨겨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는 경우를 말한다. 비단 기업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돈을 굴리는 주체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다.


아들이 훗날 ‘가정’이란 기업을 이끌면서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투자에 있어 너무 과속 패달을 밟거나 조급해하는 경우 이 흑자도산을 맛볼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니 투자는 꾸준히 하되 또 다른 투자를 진행하기 전에 너의 재무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너의 그릇에 적합한 투자를 하길 권한다.


특히 너의 투자를 타인의 투자와 비교하지 마라. 단순히 부채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 그릇 대비 부채량이 중요한 지표다. 여기에 타인의 상황이 들어갈 여지 따윈 없다. 너의 상태를 잘 아는 것은 오로지 너 자신 뿐이다. 커진 자산에 먹히지 않고 자산을 잘 품어서 키우기 바란다. 아빠도 그렇게 하도록 스스로를 되돌아보겠다.


“다들 돌격 앞으로 외칠 때 나의 수비상태를 한번쯤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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