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 성장을 할수록 조심해야 할 것들
몇 달전 직장 상사 한분이 집안 사정으로 인해 잠시 자리를 비운적이 있었다. 그 때 동료들이 십시일반으로 약소하게나마 금전적 도움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이를 반대했었다. 소액의 금전적 보탬이 실질적으로 전혀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좋지 않은 개인적 일이 직장에 소문 나는것을 본인 입장에서 원치 않을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후에 그분의 어떠한 피드백도 들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럼 그렇지 라며 오히려 그분에게 실망감을 비치며 비판했던 기억이 난다. 보답을 바랬던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나름 생각한 도움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조차 들을 수 없었기에 나는 그분이 사회적 예의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상대방을 한번에 단정지어 버리고 색안경을 낀채 지내왔다.
그로부터 몇 달후,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그분의 카톡이 하나 왔다. 지난번 집안 사정이 생겼을땐 경황이 없어 이제서야 답한다는 말과 함께 명절 인사와 더불어 상품권 하나를 기프트콘으로 보내주신 것이다.
나는 감사의 마음에 앞서 살짝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사건의 한단면만 보고 상대방을 '이런 사람이다' , '저런 사람이다' 판단해왔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단정짓고 결론지었던 판단과 현실이 다르게 나타나면서 느껴지는 괴리감 같은 느낌도 한몫했다.
돌이켜보면 최근에 특정 상황에 대하여 상대방의 태도를 보고서 함부로 단정짓곤한 내 모습이 자주 떠올랐던거 같다. 나름 인생을 좀 살아왔다랍시고 그저 누군가를 판단하고 단정짓는 나쁜 버릇이 나도 모르게 스며든거 같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스로에게 불편한 감정이 든것도 분명 이때문이리라..
다양한 책을 읽고 ,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스스로가 성장한다고 느낄때의 그 지점이 되려 가장 조심해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다. 전에 없었던 통찰이나 판단력이 생길수도 있겠지만 그 설익은 판단력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고자 하는 그런 무모함마저 함께 자라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를 판단할 그릇도, 그리고 굳이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면 되는것이고 상대방은 상대방의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각자의 삶을 각자의 기준과 색깔에 맞춰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결국 '내 기준에서만 바라보는 잣대에 내가 스스로 매몰되면서 인지 오류에 빠져 있었구나' 라고 생각하니 괜시레 몸서리가 쳐졌던 하루였다.
나도 답례로 책 한권을 선물해드리며 연휴 인사를 드렸다.
함부로 누군가를 판단하려들지 말자. 특히 사건의 한 단면만을 가지고서는 더더욱..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은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의 모습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스스로를 바라보는 거울은 어디에도 없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