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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노트 Mar 30. 2023

04. 아들의 입원, 보호자로 곁에 있으며 느낀 소회

-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가족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또다른 고민 

아이가 고열과 오한으로 응급실로 입원하던 날, 나는 온통 아이 생각 뿐이었다. 얼굴을 찌푸리며 복통을 호소하고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계속되는 수양성 설사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온통 아이생각만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 또다른 성격의 상념들이 나를 뒤덮기 시작했다. 


'내가 빠진 업무 누가 대체하지?' 

'갑작스러운 결근에 대한 보고는 언제 하지? 일단 누구에게 먼저 하지?' 


어느정도 책임감을 가진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줘야 할 문제는 맞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드는 것이다.


‘평소 아쉬운 소리를 듣는 것도 썩 유쾌하진 않지만 내가 아픈 아이 앞에 두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만 하는 이런 상황도 참 싫다.’ 


‘내 아이가 병으로 누워서 힘들어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런 생각부터 떠올려야 하는 나 자신이 참 무력하고 싫다.’ 


인생의 큰 변곡점을 만들어줄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시간의 독립’이다. 

내가 보내는 시간이 타인과의 이해관계속에만 얽혀 있지 않고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시스템 하에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이것이 근로자와 사업가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또한 같은 사업가라도 본인의 사업 시스템에 압도되고 잠식되어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만들어낸 시스템을 컨트롤 하면서 시간의 독립을 지켜낸 경우라 하겠다. 


결국 근로를 통한 급여소득 외에 나와 별개로 움직여주는 캐시 플로우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 시스템이 최대한 자동화되었을 때 시간의 독립을 확보할 여지가 생긴다. 이것이 확보되었을 때 아쉬운 소리를 들을 필요도, 아쉬운 소리를 하며 눈치를 볼 필요도 없게 된다. 아이가 신음하거나 힘들어할 때 눈이 가며 걱정스럽다가도 업무 걱정 및 직장 상사 눈치를 살피게 되는 자신을 어느덧 인지하게 되는 순간, 본능적으로 몸서리 치며 고개를 젓곤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 태어난 것이 내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태어났으니 자본주의를 잘 이해하면서 적응해 살아가야 한다. 물론 내 아이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내가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그 과실 또한 나에게 되돌아 온다고 믿지만 가만히 있는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아니, 끊임없이 찍히는 화폐로 인하여 서서히 진행되는 인플레이션은 슬금슬금 움직이는 런닝머신과도 같아서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더 뒤쳐지게 된다. 


점점 고령화되면서 동시에 주머니 상황도 뒤쳐지게 되는 순간이 올 때, 그때에도 지금과 같이 가족이 입원하게 되어 보호자가 되는 상황이 온다면 내 머릿속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정말 아픈 가족에게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을 수 있을까?


병동을 거닐다보면 고령의 환자들을 보게 된다. 무심코 걸어다니는 내 모습이, 수액줄에 걸릴까봐 거동조차 조심스러운 그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수액줄이 신체적 움직임을 구속할 수도 있지만, 그들을 향한 보이지 않는 정신적 구속감도 함께 느껴졌다. 


지금 건강하게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신체적 속박뿐만 아니라 정신적 속박에서도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밤이다.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잘 운영해 나가야겠다.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 내가 자연스럽게 들어가기 위해선 직장에만 10년, 20년 얽매여 반복되는 삶이 무난하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100세 시대에 실로 위험한 시스템이란 생각이 든다. 


시스템의 변화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자고 있는 아들 곁에 앉아있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들이 드는 밤이다. 


아들은 곤히 자고 있다. 한결 편안해 보여 안심이 된다.

병원에 입원하여 투병중인 세상 모든 아이들이 씩씩하게 이겨내고 다시 밝고 사랑스럽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 격리실 병동에서 잠 못드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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