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치매 어머니를 돌봅니다
힘도 센 우리 어머니!
by
slow snail
Mar 11. 2023
아래로
토요일은 바쁘다.
어머니도 돌보고, 아이들도 돌봐야 한다.
마음이 분주하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아침 어머니집으로 향한다.
3월을 맞으면서 확연하게 빨라진 해 뜨는 시간은 이른 발걸음을 덜 서글프게 해 준다.
바람도 차지 않아 어깨마저 움츠러들지 않으니 더 좋다.
매일을 보지만,
매일이 새로운 어머니는.
오늘도 여전히
"아이구야꼬! 이래 이런 시간에 네가 웬일이고?"
"...."
이젠 이 물음에 굳이 대답을 안 한다.
밤새 안녕하셨는지 집을 휘 둘러본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5학년 마른 남자아이만 한 커다란 화분이 복도로 나와 있고, 어머니의 침대옆 협탁 겸 서랍장이 엉뚱한 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화분은 어제 남편이 옮겼거니 생각했지만,
밤새 어떤 기억 속으로 다녀오셨는지, 서랍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머니의 물건과 배치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없기에,
두고 볼 밖에.
이렇게 무거운 물건들을 번쩍번쩍 옮기고,
허리가 아프다고 앓아누우신다.
매번 반복되는 패턴이다.
당신이 커다란 가구나 물건을 옮기신 걸 기억하지 못하시고는 허리 아프다는 소리를 몇 날 며칠 달고 다니신다.
늘 파스를 준비해 뒀다 붙어드리는 처방을 해드린다.
어머니집 화단의 모과나무에 예쁘게 새순이 돋았다.
너무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반대로 어머니의 기억은 새로운 일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신다.
잠시 머무는 짧은 짬에도 "밥은 먹고 왔나?"라는 문장을 무한 반복하신다.
어머니의 기억은 새순을 피워내지 못한다.
과거의 둘레를 돌고 돈다.
어머니의 기억이 과거를 돌고 돌기에,
매일 만나는 우리의 만남은, 우리의 일상은 새순처럼 새롭다.
생활에서 큰 덩어리를 차지하는 어머니를 돌보는 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도 없고, '더 나빠지지 않고 현재처럼 유지해 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하면서도 백 프로 내 진심인지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참 신기한 건 시간은 흐르고,
시간은 나의 행동으로 채워지고,
행동으로 채워진 시간은 '나'란 사람으로 정의된다.
분명히 어떤 의도나 계획을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자의도 아니지만 타의도 아니다.
이 일들로 채워진 지금의 시간을 이다음에 어떻게 회고 하게 될까....
keyword
어머니
시간
치매
9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slow snail
직업
프리랜서
읽고 쓰고 걷는 사람입니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결코 느리지 않습니다.
팔로워
17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자연 일기
도심 속 자연 일기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