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우리는 '빡세게 읽고, 치열하기 나누는'보이 4 클럽입니다~!!

by slow snail

최근 아이들과 함께 [낭독과 하브루타]라는 타이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수업의 목표는 읽기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들로 의식전환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애초 목표였다.

책 = 학습 = 성장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짬만 나면 '스마트폰 하면 안 돼요?'라는 아이들의 현주소를 반영하여 소박한 꿈으로 시작한 재능기부에 가까운 프로그램이다.


멤버는 나의 아들과 아들의 놀이터 친구인 아이 한 명, 영화선생님의 아들과 영화선생님의 지인 아들.

짜 맞춘 듯 4~5학년의 남자아이들의 모임이 되었다.


첫 시간 아이들의 독서감수성과 아이들의 참가 의도를 물어본 결과 이유가 놀랍게도 일치했다.

수요일 저녁 8시에 집에서 숙제하거나 학원 가기 싫어 [낭독과 하브루타]를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시작은 그랬다.

아이들은 더 큰 하기 싫은 일의 대체 시간이었고,

나는 소박하지만 음흉한(학습능력고양) 의도를 숨긴 채 모인 모임이 되었다.


첫 OT시간 아이들의 자율적인 회의로 독서클럽의 이름이 정해졌다.

보이 4 클럽이다.


독서 모임 이름을 만들자는 나의 제안에 이름과 더불어 스스로 로고도 만들고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도 좋은 기운으로 시작되는 듯했다.


회차를 더해갈수록 좋은 기운은 쭉 연결되고 있다.


아주 나쁘지 않은 읽기 실력이지만 깊은 생각으로 연결시키기에는 좀 모자란 아이들의 주도성 미비로 4명 수업에 마이크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아이들은 만나서 소리 내어 책을 읽는 일을 즐거워했다.

심지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을 시키고 문장에 걸맞은 액션으로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낭독을 듣고 있던 아이들은 '그 문장의 느낌은 이렇게 살려야 한다'며 서로의 느낌을 연출하려 난리가 일어나기도 한다.

몸으로 대화로 읽어가는 시간이었다.

왁자지껄한 이 읽기 속에서 아이들은 질문도 만들고 질문에 대한 서로의 생각도 주고받는다.

학교가 아니고 학원이 아니다 보니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질문들이 나오는데 배꼽을 빠지게 하면서도 또한 보이 4 클럽만의 토론거리들을 제공한다.


예를 들자면

"야채(채소)와 과일의 구별방법은 뭘까?"

우리 친구들의 답변이 기가차게 공감이 된다.

"과일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거고, 채소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죽도록 힘들 때 먹어야 맛있는 거야. 책에서처럼 배고프고 힘들 땐 양파도 맛있을걸~."

"아이다, 아이다~~!! 수박도 채소라 했는데 수박은 언제 먹어도 맛있잖아~!"

이런 형식의 왁자지껄한 핑퐁대화는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흘러가는데 듣고 있자면 씨익 웃음보가 가득 차곤 한다.


보이 4 클럽에서 내 역할은 한 번씩, 아니 자주 이런 아이들에게 "이제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낭독하자~."

이다.


책 속 인물의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온몸으로 읽고 나면 '책 읽은 거야, 논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학습지도자의 고정된 관점이다.


서너 회차를 진행하고서 아이들에게 "재미있어? 할만해?"라는 질문에 한 친구가 말했다.

"지난번 학원에서는 책을 읽어가야 해서 너무 싫었는데 여긴 와서 같이 읽으니까 좋아요~"



우리가 만나는 90분이라는 짧은 시간, 스마트폰이라는 그 중력 강한 기기를 내려놓고 친구들과 함께 저렇게 해맑은 표정으로 '큭큭. 하하. 키득키득' 즐겁게 읽는 친구들의 표정이 이 수업의 본질임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책 읽는 시간보다 끝나고 잠깐 맛보는 저들만의 자유타임이 저들이 이 수업을 선호하는 이유일지 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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