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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Aug 25. 2023

드라이빙과 맥주 1잔과 과태료(1)

안 맞아~ 진짜 안 맞아~~!!

당신의 연령대는 어디쯤인가요?

당신은 기혼입니까?

당신의 자녀는 몇 명입니까?

자녀의 성별과 연령은요?


그래서....

당신은 가족과 화목하게 잘 살고 계신가요?


안 맞다~~~

진짜 안 맞다~~~!

성격, 식성, 소소한 기호도며 취미까지 그와 잘 맞아떨어지는 조각이 아무리 생각해도 몇 없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대화하고, 마음의 찌꺼기들을 내 보이며,


가장 많이 싸운다.


현관으로 들어서는 맞은편에 위치한 우편함에 고지서로 추정되는 종이가 걸쳐져 있다.

통 안에 쏙 집어넣으면 지나칠 것을 우려해 입구에 접듯이 걸쳐 놓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렴풋이 보아도 고지서다.


자동차세며 재산세등은 1년 치를 미리 납부해 놓으니 저 노르스름한 종이가 걸쳐질 일은 없다.


만약 저것이 고지서라면... 범칙금이다.


뚜벅뚜벅 걸어가 획 낚아챈다.

범칙금이다.

운전자구역은 검은 블라인딩 처리가 되어있고 차번호가 찍힌 내 차가 속도위반을 했다며 범칙금을 부과하는 고지서가 맞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분노로 귀퉁이 접지된 작은 삼각형의 입구를 열어젖힌다.

등뒤로 아이들이 긴장한 채 범칙금의 장본인이 누구인지 공개되는 순간을 긴장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8월 00일 00시.

청도 00로 12km 속도위반. 과태료 32000원.

9월 18일까지 납부하지 않을 시 4만 원


남편의 지난 근무일지를 확인한다.

근무일이다.

그럼, 나란 말인데...


범칙금으로 나가는 돈은 세상 가장 아깝다.

3만 원이면 닭이 한 마리고 7만 원이면 가만있자... 우와 그 돈의 온갖 효용이 떠올라 그냥 앓아누울 정도다.

하여 지난  1년 전부터는 엄청난 심혈을 기울여 딱지 끊기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 써왔는데...


결국...


근데 가만있자. 모월 모일?

다시 손가락 셈을 해 나간다.

아이들의 침묵. 셜록 홈스만큼 유능한 탐정이 되어 지난 모든 정황을 떠올려본다.


그날이라면, 남편이 휴가를 낸 날이다.

그렇다면 내 차를 남편이 운전했을 수도 있다.

다시 한번 머리가 쌩쌩 돌아간다.

그날은 태풍 카눈이 왔던 날이고, 그 날씨에 내가 운전해서  그 길을 달렸을 리는 만무하고...


예쓰~~!!

나왔다!! 내 알리바이는 나왔다!

운전자는 남편이다!


아이들은 나의 추리력에 감탄을 하며 밝혀진 범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당장 전화를 해서 범법행위를 지탄하며 부과된 범칙금의 아까움을 쏘아붙인다.




남편의 취미는 드라이빙이다.

살살하는 드라이빙이 아니라 스포틱 한 드라이빙이다.

잦은 범칙금은 그의 취미에 따라붙는 결과다.


나는 그의 취미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 번 드라이빙 나가는데 들어가는 유류비며 한 가정의 가장이 즐기기에 적합한 취미는 아니다.


책 읽고, 조용조용 걷는 나의 취미를  늘 그의 취미보다 상위에 두는 이유를 수없이 나열한다. 구시렁구시렁 잔소리를 한다. 중년의 가장에게 맞지 않는 취미라고 몰아붙인다. 얼마 전부터 빨간불이 켜진 그의 건강을 위해 그 좋아하는 운전을 접고 자전거로 갈아탔다. 그는 차를 내려놓으며 울었다. 나는 내심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자전거에도 복병이 있었다. 더운 날 라이딩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맥주집이다. 


(다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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