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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Aug 28. 2023

드라이빙과 맥주 1잔과 과태료(2)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들어 던지라(요 8:7)

생래적으로 술을 좋아하지 않는 몸을 가졌다.

지금은 신앙적인 이유로 술을 안 먹는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 신앙을 가진 그와 나의  습관들을 살펴보면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생래적인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람은 습관의 노예요, 그것들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늘 연약하고 넘어지기 일쑤다.

그것이 그가 집 앞 길목의 맥주집을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다.


2년이 조금 못된 어느 날, 그가 자전거를 타겠다고 말했을 때, 코웃음이 나왔다.

힘들고 어려운 건 조금도 못 참는 사람이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겠다는  말이 비현실적이었다.

이런 속마음의 우려는 그도 동일했던지, 과감히 차를 정리하는 것이다. 20살이 된 이후 차가 없던 시절이 없던 그의 인생에 차를 정리하는 것은 정말 큰 일이다. 차를 팔며 그는 울었다.


매일 왕복 40킬로 이상의 자전거 타기가 시작되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출퇴근이니 멈출 수 없는 시스템 속으로 그는 스스로 들어갔다.


코웃음을 치던 마음은 놀라움과,  그 힘든 과정을 지켜보는 애잔함으로 변해가다 서너 달 계속되는 라이딩으로 군살이 빠지고 몸이 잡혀가는 그의 체형이 멋져 보였다.  몸보다 그 과정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제는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그가 더 멋져 보였다.


그 바람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면 더 신경 써서 챙겨주느라

지금은 체중이 좀 늘긴 했다.


출퇴근이 아니어도 시간을 내어 라이딩을 나갈 정도였고, 퇴근길의 종점인 집을 지나 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들이 가는 '팔조령'까지 갔다 오기도 했다.


공복에 아름다운 경치를 벗 삼고 온몸에 땀이 쫙 나도록 라이딩을 마치고 동네로 들어서면 개운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몰려들었을 것이다.

살얼음 동동 뜬 물회 한 그릇과 맥주 1잔은 그의 발목을 잡고 만다.


집으로 들어서는 그에게서 땀냄새와 함께 슬몃 알코올냄새가  끼쳐온다.

기분이 훅 상하고 만다.  자전거 바퀴 서너 번만 더 굴리면 집인데 들어와서 시원한 얼음물을 마실 일을 맥주로 갈증을 달랜 그의 의지력에 짜증이 난다.  


가능하면 지켜야 될 건  지켜야 마음 편한 성정의 나는 그의 습관들이 썩은 이의  아픔처럼 괴로웠다.


바람직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했다.


종종 마시고 들어오는 맥주와 얼마 전 날아온 범칙금 고지서가 괴다.

그러다 문득 그의 올바르지 못한 습관을 괴로워한들 바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지각된다.


그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유흥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다.


나도 방학으로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적인 시간을 가지지 못할 때 괴로워하며 나의 정신적 휴식처를 찾아 몸부림을 치면서 왜 그의 취미를 그렇게 하대해 왔나.


간음한 여인을 끌어내 둘러싸고 예수님께 그 여자를 율법대로 돌로 칠 것의 정당함을 구하는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은 그들의 속마음을 단번에 아시고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그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라고 하신다.

진실로 하나님 앞에 제대로 살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이 아닌 예수님을 시험하고자 하는 그들의 속마음을 예수님은 먼저 보신 것이다.

신앙을 이유로 그에게 여러 가지 삶의 틀을 지켜줄 것을 바라는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신앙생활하는 자보암직하지  못 외형적인 모습에 더 많은 이유가 가 있음을 고백한다.


그의 고단한 하루 끝에 마시는 맥주 1 잔의 위로를 예수님은 나처럼  책망하며 몰아가실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하는 육성이 들리는 듯하다.

그 말을 들을 사람들이 양심에 가책으로 하나씩 자리를 뜨듯 나의 마음은 슬그머니 책망의 말들을 내려놓는다.


범침금을 냈고 이번엔 벌점도 없다고 좋아하며 해맑게 말하는 그에게

"좋겠다~~"하며  어깨를 꽉꽉 꼬집듯 주물러 준다.

칼이 안 선 나의 태도에 그도 키득키득 웃는다.


가끔 날아오는 범칙금 고지서와 라이딩 끝에 마시는  맥주 1잔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이제 날이 선 말로 그를 몰아가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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