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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Nov 01. 2023

쓸모 그 후에 대하여

무심한 바람결에 날

작은 싹을 틔우고


햇볕 인색한 어느 기슭에서

차디찬 달빛 받

그믐 어둠을 흡수하여

초록의 옷 해 입어 자란 초목.


그를 베어 칡덩굴로 야무지게 감아

산빗자루 쓸모를 입었네.


그 흔한 나일론 한 가닥의 힘도 빌리지도 않고

칡덩굴로 형태를 잡은 산빗자루



어느 결에 왔다

완벽한 무(無)로 돌아갈

초목의 시종.


사진 속 산더미처럼 쌓인 플라스틱 산이며

헌 옷가지 둔덕들로

남은 내 시종의 과정이

차라리 너만도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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