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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snail Nov 14. 2023

감정의 무용수가 되어보자

문화생활은 무엇일까?

문화생활을 어떻게 즐길까?


영화, 미술관, 박물관, 공연 등을 관람하는 것이 문화생활이라면 나는 문화생활을 잘 즐기지 못하는 축에 든다.

문화생활의 중심지인 수도 서울에 살지 않아 불편함을 거의 느껴본 적이 없고, 지방도시에서 개최되는 여러 장르의 공연과 전시 관람도 즐기는 편은 아니다.


많은 인파와 북적거림을 기피하다 보니 외려 관람을 위한 방문보다 그 장소를 산책하기 위한 방문이 더 잦다. 나라는 사람의 이러한 특성은 외부투척에 의한 파문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변화의 여지가 없다.


파문의 역할은 주로 가족이다.

성격차이로 취향차이로 그렇게나 힘들다고 꽁꽁 앓는 게 가족이지만, 가족은 또한 삶의 지경을 넓히는 통로가 된다.


활동적인 남편을 따라 여행을 시작하고,

무용에 관심이 많은 첫째를 따라 발레 공연을 보러 다니고,

유튜브에 올라오는 온갖 유행은 다 다 날라주는 둘째 덕에  대중음악과 트렌드를 읽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전에는 보이지 않던 발레가 연이어 공연된다.

딸의 취향을 따라 나머지 가족들은 자동 공연 관람이다.


몸으로 표현되는 발레공연은 사전 지식이 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다.

나와 같은 관람자를 위해서 공연 시작 전 간단하게 발레 동작으로 보여주는 발레 언어를 소개해 준다.

잘 듣고 공연을 보면 제법 재미있다.


사람의 몸이 만들어내는 경쾌함과 발랄함, 선의 아름다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더하여 무대 장식과 의상, 음악은 황홀하다.

이야기의 전개와 전체 안무를 보기도 하고 ,

공연 망원경을 통해  무용수의 감정표현과 셈세한 연기를 보기도 한다.


망원경으로 무용수의 움직임을 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온몸의 세분화된 근육들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갈래갈래 세미하게 발달된 근육들은 보이지 않는 그들의 노력과 땀을 단번에 대변해 주었다.

그것은 한 번에 몰아서 낸 어떤 종류의 열정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차곡차곡 세월을 쌓아 올린 시간 속에 가미된 그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박수갈채를 받고, 연이은 커튼콜에 함빡 웃는 그들의 모습이 화려함을 넘어 경건하게까지 느껴졌다.


해가 뜨고 지는 그 지난한 하루하루를 연습으로 채워나갔을 시간의 가닥들이 손에 만져지는 듯했다.

지루했고, 힘들고, 회피하고 싶으면서도, 즐겁기도 했을 시간들 말이다.


 감정들은 어떤가.

세미하게 분화된 그들의 근육처럼 나의 감정들은 희로애락에 잘 분화되어 있는가.

'바쁘다, 사는 게 고단하다'는 중년이 지는 삶의 무게를 핑계로 모든 감정을 퉁치고 있다.


힘껏 기뻐하고

힘껏 아파하고

힘껏 사랑하고

힘껏 즐거워하자.


감정의 무용수가 되어 감정의 근육들을 세미하게 만드는 훈련을 해 보자.


바쁘다고 삶의 감사함을 ,

삶의 희로애락을 뭉뚱그려 던져 놓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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