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놓인 낡은 책 한 권이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가로 한 뼘 남짓, 세로 두 뼘가량, 두께는 엄지손가락의 절반쯤이나 될까. 그러나 일단 책을 펼치고 보면, 그 속에 담긴 세상은 끝도 없이 넓고 아득했다. 넘실넘실 바다를 건너고 굽이굽이 산맥을 넘는 기분이었다. (...) 책과 내 마음이 오가고 있는 공간은, 온 우주를 다 담고 있다 할 만큼 드넓고도 신비로웠다. -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 -
우주비행사가 우주를 비행하기 위해 잘 짜인 훈련을 견뎌내는 것처럼, 책으로 만들어갈 우주의 유영도 얼마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앉아 있는 습관이 배어야 하고,
스마트폰을 홀짝홀짝 보는 습관을 눌러야 하고,
책 읽을 때 최적의 온습도가 아닌지라 자꾸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몸의 감각들을 지그시 참아낼 줄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