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관계에 이런 말이 있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고, 내일의 적이 친구가 된다.
일상을 곰곰이 들여다보노라면 어제의 무료가 오늘의 감사가 되기도 하고, 오늘의 감사가 내일의 무료함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속 유지태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소리치며 반문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변해야 산다. 환경에 의해 친구가 적이 되고, 무료가 감사가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나, 근본적 원인은 사람의 마음이 변한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정말 빠르게 변한다.
변해야 산다고 강연도 책도 외친다.
변해야 좋은 건 무엇이고, 변하지 않아야 좋은 건 뭘까.
직업이나 사람이나 조금 정성을 들이고 있으면 이내 변해야만 옳은 것처럼 몰아치는 사회가 나는 불편하다.
앉아서 한숨 돌리고 싶고, 한 가지에만 몰두했을 때 얻는 희열을 느끼고 싶다. 그럴라치면 이미 나는 지나간 세계에 속해버리는 것이다.
사실 눈을 깜빡이는 이 순간조차도 과거로 밀려버리는 것이 시간이다. 시간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데 쓸쓸하다.
쓸쓸함의 결과는 걷기다.
걸으면서 보는 도시와 숲, 길과 사람들은 변한다.
걷는 사람은 물론이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건물과 나무와 풀도 변한다. 건물들은 햇살에 어제의 제 빛깔을 조금 잃었을 것이고, 길을 걷는 사람은 언제나 바뀐다. 같은 자리에 있는 나무는 하루만큼 나이테를 더했고,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은 지난해의 나뭇잎이 아니다.
정지해 있는 듯 언제나 새로운 곳.
그곳들을 나는 걷는다.
빠른 변화를 견디지 못해 길을 나선 나는
단 한순간도 같음을 보인적 없는 변화의 최전선을 매일 걷기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