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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 살짝 비틀어 보기

by slow snail

아이스 아메리카노 혹은 따듯한 아메리카노.

같은 카페 같은 메뉴.

거의 변함이 없다.

시그니처 메뉴라 하여 몇 번 새로움을 시도해 보았지만,

혀끝에 남는 달달함이 영 불편했다.


이틀에 걸쳐 시원한 가을비가 내렸다.

하늘은 파랬고 공기는 맑았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 주책스런 몸은 찌뿌듯하다.

늘 마시던 커피 말고

허브티를 한 잔 주문한다.

주문부터가 낯설다.

페퍼민트와 캐모마일사이를 고민하다 페퍼민트 손을 들어주었다. 은근한 초록과 상쾌한 향이 좋은 차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 늘 마시던 음료를 벗어나

내게는 새로운 날이 되었다.

평소가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항상'에서 살짝 비틀어 보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한 번씩 그러곤 한다.

같은 일을 다른 시간에 해보기.

항상 걸어 다니던 길을 자전거로 달려 본다거나,

항상 혼자 걷던 길을 누군가와 동행해 본다거나.


사실,

일상도 살아야 하지만,

낯섦을 맛보고 싶어질 때, 그럴 때 살짝 비틀어 본다.

그럼 달라 보인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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