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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을 건 겪어야 인생이다

수능에 즈음하여

by slow snail

25년도 수능을 하루 앞둔 11월 12일이다. 라디오에서 수능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글들이 연이어 나온다. 내 아이가 수험생인 것도 아닌데, 격려와 응원 메시지에 코 끝이 찡하게 시려온다. 시험을 앞둔 긴장감과 두려움, 연이어질 입시의 승패로 인한 희락의 감정을 감당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여리디 여린 그맘때의 아이들을 대신해 다 막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보편적으로 잘 풀린다 하는 삶이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삶이나 삶이 수고와 고난의 연속임을 조금은 알아버린 나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찰싹거리는 작은 파도부터 집채만 한 대형 파도까지, 인생의 파도는 쉼이 없다. 여리디 여린 시절의 내가 겹쳐진다. 찰싹거리는 파도를 타고, 어느새 집채만 한 파도도 타볼 만하다는 배짱을 지닌 한 사람이 되었다. '어느새' 나는 이런 사람이 되었다.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든 간에 잘 다지려는 수도 없는 넘어짐과 일어섬이 있는 삶이란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예비소집일을 앞둔 수험생들의 긴장과 떨림이 불편하지만은 않다.

겪을 건 겪어야 한다. 그 과정과 한 인격체가 만나야 그만의 삶이 만들어진다.

아름다움이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의 응원은 수능일인 11월 13일의 짧은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다. 그들이 보냈을 수년간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안의 그들의 시간이다.

그들의 시간과 연결되어 오늘 나의 하루가 빛이 나는 묘한 연결점이 생긴다.


막바지까지 공부하고 고민하는 수험생들과,

최상의 시험장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다하는 학교 선생님들과 재학생들.

모두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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