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일기

도시 까치의 하루

by slow snail

왕복 8차선.

도로 중앙으로 살려낸 작은 하천과 화단. 그 좁은 곳에서 자랄 수 있을 만큼 자란 느티나무.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연초록 아기 잎부터 무성한 초록 잎으로 계절을 알려줄 고마운 나무. 하지만 나무는 힘껏 자랄 수 없을 것이다. 도로와 도시 경관에 부조화를 일으키지 않을 만큼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하니까. 나무와 굵기와 크기로 짐작해 보건대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도 더 긴 시간이 될 법한 수십 년의 시간을 그 자리에서 살아낸 듯 보인다.


늘 그 자리에 있기에 무심히 보아넘겼을 그 나무를 눈여겨보게 된 아침이다.

까치 한 마리가 제 몸의 배는 될 법한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달리는 차들 위를 아슬아슬하게 날아올라 그 나무 위로 날아오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여름이면 무성한 잎에 가려 보이지도 않을 위치에 거의 완성된듯한 둥지로 가 나뭇가지를 새부리로 요리조리 조합하는 중이었다. 둥지는 거의 완성된 듯 보였지만 얼핏 봐서 그 안에 암컷새나 새끼새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 곧 짝을 만나 보금자리를 이룰 새로운 둥지인가 보다.


도심 속이라고는 하나 멀지 않은 거리에 산과 숲이 있음에도 까치는 도심 속 지상철과 넓은 도로의 교차점인, 하루종일 차소리가 멈출 리 없는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사람도 도시의 삶을 즐기는 부류가 있듯 요 녀석도 새 중에 도시의 삶을 즐기는 녀석인가 보다.


콘크리트와 철골구조로 이루어진 삭막한 도시라고 단정 지어 버리기 쉽지만 조금만 세심한 눈길로 살펴보면 가로수와 보도블록사이 난 작은 틈새 등 흙과 햇빛이 드는 곳이면 생명의 흔적은 얼마든지 있다. 그 흔적들은 챗바퀴 돌듯 반복적인 일상을 환시 시켜 주고 살아있음을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