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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Dec 15. 2022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기 좋은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24

  -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기 좋은 독일문학     



     매년 나는 귤과 무릎담요 그리고 추리소설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에 읽을 추리소설을 책방에서 신중히 고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쳐 놀라 돌아보니 친구 A였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러 왔다 하니, 친구 A의 눈이 반짝이며 떠들기 시작하는데...     


   “크리스마스에 추리소설도 훌륭한 선택이지만, 요정과 도깨비가 나오는 동화 같은 소설은 어때? 여정을 떠나는 어느 청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슈투트가르트의 도깨비>라는 소설인데 말이야. 구두장인 밑에서 일하는 기능공 제페가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여행을 결심하지. 떠나기 전날 밤. 자기 허리까지 오는 키의 도깨비가 찾아와서는 마법의 빵과 행운의 신발을 두 켤레를 주는 대신 부탁 하나를 해. 여정 중에 납덩이를 발견하면 자신에게 가져다 달라고 말이야. 어려운 부탁이 아니다 여긴 제페는 알겠노라고 말하고 떠나. 


1970년 발행본 삽화

  청년의 여정이 이어지는 동안, 도깨비는 중간중간 등장하면서 좋은 일하는 인간에게는 선물을 줘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욕심을 부리는 인간에게는 짓궂은 장난을 쳐 반성하게 해. 이게 또 청년의 모험담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고, 호숫가의 전설 이야기, 옛날에 살았던 어느 백작의 이야기 등등 나오거든. 마치 선물상자 속에 또 선물상자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지. 나는 도깨비도 좋은데, 작은 이야기로 등장하는 호수에 사는 라우 요정 이야기가 더 좋더라고. 어느 호수에 아름다운 요정이라고도 불리고 나쁜 요정이라고도 불리는 라우 요정은 맘씨 좋은 식당 여주인 덕분에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웃을 일이 많아져 원래 있던 곳으로 가게 되는 이야기가 등장하거든. 


1970년 발행본 표지


  사람들에게 보석이나 마법의 물건을 건네주는 요정이나 도깨비. 이를 악용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에 기꺼이 나누는 선량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동화’ 같다고 하는 건 현실은 정직하게 흘러가지 않아서겠지. 인간들에 치여 살아서일까? 연말만 되면 동화 같은 얘기가 읽고 싶어져. 군고구마 먹으면서 나에게도 누가 금은보화 안겨주는 도깨비나 요정은 없는지, 선물을 받을만한 일을 올해 했던 가 돌이켜보며 말이지. 내가 만약에 도깨비를 만난다면 흠 큰 거 바라지 않고, 겉으로 보기에는 6평처럼 보이지만 문 열고 들어가면 한 40평 집이 되는 마법의 집을 주면 좋겠다. 소박하다 소박해, 또 뭐가 좋으냐면...”




   친구 A가 나를 쫓아다니며 종알대는 동안 나는 올해 크리스마스에 읽을 추리소설을 골라 들었다. 코니 윌리스의 <고양이 발 살인사건>! 올해는 친구 A가 지난번 줬던 군고구마도 쪄서 귤이랑 같이 먹으면서 읽어야지!


                                      <슈투트가르트의 도깨비/ 에두아르트 뫼리케(윤도중 옮김)/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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