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 독일문학 1편
오늘도 여전히 회사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좀비처럼 축 늘어져 앉아있었다. 전형적인 목요일 저녁, 한국 직장인의 모습이라면 상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데 저 멀리 친구 A가 도저히 K-직장인이라 보기 힘든 밝은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나에게 안부를 물어보는 친구 A에게 예의상 “똑같지 뭐.”라고 답하고, 곧바로 회사 욕을 쏟아내려고 하는 순간! 재빠른 친구 A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뺏기고 말았다. 사실 친구 A는 나의 안부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자신의 책 영업을 위해 건넨 인사였을 뿐. 영업을 막기엔 오늘 에너지를 모두 회사에 다 써버린 터라 친구 A의 문학 영업에 영혼을 맡기기로 했다.
“내가 또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지뭐야. 너 구텐베르크 뭐시기 혁명 알지? 원래는 귀족이니 왕족이니 하는 귀하고 높으신 분들만 문자 지식을 공유하다가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서민들도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그 유명한 혁명 말이야! 근데 그때 당시 사람들이 뭔 대단한 책을 읽겠어. 그런 서민들에게도 읽을거리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달력이었대. 달력에는 날짜만 있는 게 아니라 농사에 필요한 정보나 다달이 짤막한 이야기를 실었대. 달력에 실려서 ‘달력 이야기’라고 부르게 됐는데, 그걸 하나의 문학 장르로 만든 사람이 바로 요한 페터 헤벨이라는 사람이야. 헤벨 이 사람이 당시 학교에서 근무했는데, 달력을 만들어 팔았나봐. 그때 헤벨이 달력 발행업무를 맡으면서 자기가 쓴 짤막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달력에 실은 거지. 근데 이게 대박이 난 거야. 그렇게 발행했던 이야기를 따로 모아서 낸 책이 바로 <이야기 보석 상자>라는 말씀. 달력 옆 귀퉁이에 실린 글이니깐 길지도 않아. 기승전결은 딱 떨어지고, 해학이 빠질 순 없지. 진짜 출퇴근할 때 한편씩만 봐도 낄낄대면서 읽을 수 있다니깐. 이 작가도 참 열심히 살았나봐. 이야기가 진짜 많아. 그중에 내가 이야기 몇 개 추천해줄게. 그거부터 읽어봐봐. ‘이상한 음식값’, ‘세 가지 소원’, ‘제크링엔의 견습이발사’, ‘아버지와 아들과 당나귀’야. 기발한 재치로 위기를 모면하거나 꾀부리다가 된통 당하면서 우스운 상황이 발생하는 이야기가 난 참 좋더라. 서민을 위한 글이다 보니, 적당한 교훈과 정감 가는 이야기가 짧은 글로 재치 있게 풀어져 있어서 그때 헤벨의 달력이 대박 났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아.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인에게는 특히 짧은 글이 읽기에 부담 없어서 좋은 거 같아! 뭐... 나만 재미있는 걸 수도 있지만...”
친구 A는 한바탕 쏟아내더니 자신이 탈 버스가 도착하자 날름 버스를 타고 사라졌다. 어이없을 시간도 없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곧이어 온 버스에 나도 올라타고 집으로 향했다.
<이야기 보석 상자/ 요한 페터 헤벨/ 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