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빠진 이를 위한 독일문학 추천

by 박효경

호들갑 독일문학 2

-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빠져 유튜브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독일문학


토요일 늦은 오후 느긋하게 집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휘말렸다. 홈트 영상이 줄을 지어 다음 영상 재생목록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다양한 핑계로 운동과는 벽을 쌓고 있던 나에게 영상은 무언의 압박을 주었고, 황급히 친구 A에게 전화를 걸어 걷기 운동을 함께하자고 한강으로 나오라고 했다. 이것이 문제였다. 내가 화를 자초한 것이지. 평소에 나보다 운동에 더 관심이 없지만, 대화상대는 언제나 필요한 친구 A는 투덜대면서도 한강으로 나왔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친구는 느닷없이 말문을 열었는데...


“너는 겨우 산책하는 거로 건강을 바라니? 30분 이상 바짝 땀을 흘리지 않으면 어차피 운동 효과 없어! 하지만 네가 갑자기 건강에 관심이 생긴 걸 보니 내가 또 책 하나가 생각이 나네. 내가 요즈음에 발견한 아주 흥미로운 책인데 말이야. 일단 카피가 그냥 끝났어. ‘삶이란 하나의 제안이고 우리는 그걸 거부할 수도 있는 거야.’ 끝장났지. 이미 멋지지. 한 문장으로 이미 흥미가 생기지. 이문장은 주인공 동생이 주인공에게 했던 말이야. 소설 배경은 미래에 건강이 최우선이 되는 사회를 가정하고 있어. 시민들은 매일 운동하는지 국가에 보고해야 하고, 피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음을 계속해서 확인받는 것이 상식이고 법인 사회야. 혈중알코올농도가 높다거나 수치가 건강하지 않으면 바로 소송당해. 대박이지. 소설 속 주인공은 저명한 생물학자인데, 체제에 순응하는 훌륭한 시민 중 한 명이었지. 근데 반체제적이고 사회에 의문을 던지던 동생이 사건에 휘말리고 누명을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지. 주인공은 충격과 슬픔에 건강관리를 놔버려서 소송을 당하게 돼. 소설은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서 사회체제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 주인공이 동생이 연루된 사건에 관해서 파헤치면서 체제에 대해 맞서는 이야기야. 기발하지 않니? 나는 가끔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 다음이 궁금했는데, 건강 우선주의 체제가 등장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체제는 결국 사회 개인의 자유를 구속할 수밖에 없고. 개인은 자유를 원하고 자유의 형태는 반체제의 모습이지. 건강 우선주의 체제에서는 자유의 모습은 담배 피우고 술 마시며 내 몸을 자유롭게 망가트리는 것이지. 캬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잠자고 있던 나의 아나키즘 자아가 꿈틀거리면서 나를 자극하는데, ‘맞아 나 그동안 너무 체제에 대해 비판의식 없이 살고 있었구나.’ 싶더라니깐. 너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운동콘텐츠 떴다고 했지. 그거 모른다. 누군가가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 거야. 우리 건강하게 만들려고. 흠 아무튼 흥미로운 세계관이지 않냐? 뭐.. 나만 재미있는 걸 수도 있지만….”


그날 한 대교에서 시작해 다음 대교에 다다라서야 친구의 독일문학 영업이 마무리되었다. 흥미로우나 저렇게 가짜뉴스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떤 소송/ 율리 체/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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