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 독일문학
겨울은 방어고 방어는 또 겨울이라. 친구 A와 나는 날을 잡고 횟집을 방문했다. 기름진 대방어를 앞에 두고 김에 싸서 한 번, 초장에 그냥 찍어 한 번. 청하와 주거니 받거니 먹다 보니 조금 취기가 올라와 나는 건너 건너 친구의 영끌모아 집 산 얘기를 하며 무일푼의 신세를 한탄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혀가 꼬이기 시작한 친구 A는 영혼에 대한 독일문학 이야기를 술주정처럼 시작하는데...
(각자 주변 술 취한 친구의 술주정을 떠올리며 혀가 꼬이듯이 읽어주길 바람)
“너 NCT 알지? 아 너 NCT 좋아했구나. 아 그래. 재현이 잘생겼지. 아니! 내 말을 들으라고! 걔들이 한국인 말고도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되어 있잖아. 근데 로또 당첨되면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답변만 봐도 한국인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거야. 한국인 멤버만 죄다 부동산 얘기뿐이거든. ‘만약 로또가 당첨되면...’ 같은 질문은 문학에선 악마와의 거래로 등장하지. 사악한 악마는 주로 ‘영혼’을 가지고 말을 걸지. NCT 인터뷰 결과를 보는데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라는 작가가 쓴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가 생각나더라. 페터 슐레밀이라는 평범한 사람이 긴 항해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돈이 없어서 아무도 관심이 없어. 근데 우연히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주머니에서 텐트도 꺼내고, 마차도 꺼내는 수상한 남자를 만나게 돼. 남자는 주인공의 그림자를 극찬하면서 금화가 끝도 없이 나오는 주머니와 맞바꾸지 않겠냐고 하지. 그때 주인공은 별문제 있겠냐고 생각하고 선뜻 그림자를 줘. 근데 말이야. 사람들이 이제는 그림자 없다고 슐레밀을 사람 취급도 안 해. 돈 없다고 무시해놓고 이번엔 그림자 때문에! 웃기지 않니? 당황한 슐레밀은 섣불리 그림자를 판 것을 후회하고 수상한 남자를 찾아 나서고는 환불을 요청해. 알고 보니 그는 악마였고, 거래를 물릴 순 없으니 영혼과 그림자를 맞바꾸자고 다시 제안해. 완전 양아치 아니니? 슐레밀은 심각하게 고민해. 그림자를 잃은 후에 사랑에 빠져서 청혼했는데, 그림자가 없는 남자에게는 딸을 내줄 수 없다고 반대에 부딪혔거든. 근데 난 슐레밀이 남 같지 않다? 남들처럼 살려면 영혼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 이거 너무 대한민국 청년이랑 닮지 않았니? 아니 근데! 남들 다 있다는 ‘그림자’가 없다고 무시하는데 도대체 ‘남들 다 있다.’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거야? 되레 다 갖추고 살아야 한다고 부추기는 사회가 문제아냐? 미친 집값인 한국에서 청년이 집을 어떻게 사! 영혼팔고, 갈아 넣고, 끌어모아도! 못 사! 그러니깐 로또 당첨되고도 집사겠다는 소리만 하지. 나는! 우리가! 영혼을 파니 마니 하기 전에! 이 책을 같이 읽으면서! 우리 삶에! 그림자가 과연 무엇인가! 영혼이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나는!”
그 이후로 그림자니, 영혼이니, 부동산정책이니 등등 이야기가 오갔던 거 같은데 술 때문에 기억이 흐릿했다. 다음 날 숙취에서 벗어나지 못해 침대에 종일 누워있는 동안 계속 머릿속에서 페터 슐레밀의 이야기만이 맴돌았다. 그래서 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을까? 그림자는 되찾았을까?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은 했을까? 그래서 그 책 이름이 뭐였더라?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 /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