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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Apr 14. 2023

독서의 완성은 호들갑입니다.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30 – 지금 독일문학 읽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 독서의 완성은 호들갑입니다.     



    친구 A는 책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독서 모임 중독자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독일문학의 정수를 느끼기 위해 다른 세계권 문학을 파겠다며 러시아, 폴란드, 헝가리 등등 고루고루 다양한 세계권 문학 모임을 부지런히도 다녔다. 일주일에 3일 이상의 독서 모임을 강행하다 결국 탈이 나버린 친구 A는 심한 몸살에 걸렸다. 아픈데 혼자라 서럽다며 울먹이며 전화가 와서 결국 좋아하는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찾아갔는데, 쉬고 있어야 할 이 인간이 책 속에 빨려 들어갈 듯이 집중하고 있는데... 



   “왔어? 아니 약 먹고 하루 종일 자고 나니깐 좀 살만하더라고. 어제부터 누워있으니 심심해서 집어 든 건데, 아 멈출 수가 없네. 완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더라고. 정말... 속상하다. 속상해. 영미권 소설은 왤케 재미있는 거야. 자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전개.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 과연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제인 오스틴은 천재야. 천재! <설득>이라는 작품을 읽고 있는데, 미쳤어! 너~무 재미있어! 



넷플릭스 영화 <설득> 스틸컷



주인공은 잘나가는 가문의 3자매 중 둘째 앤인데, 겸손하고 똑똑하고 차분한 성격의 여성인데, 어렸을 때 한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완전 외모지상주의에다가 가문 따지고, 재산도 따지는 지 잘난 맛에 사시는 아버지와 언니가 남자를 탐탁지 않아 하며 반대를 해. 심지어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앤의 엄마 역할을 해오던 레이디 러셀 마저 앤을 너무나도 아낀 나머지 결혼을 반대해. 가족의 반대로 인해 설득된 앤은 남자와 헤어지게 되고, 무려 8년!이나 남자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었어. 그동안 남자는 상처를 받고 떠나 해군이 되었는데, 전쟁 중에 재산을 많이 모으게 되면서 여자의 집안 품위에 맞는 지위까지 얻으며 성공하고 돌아와 앤과 8년 만에 재회하는 거야. 아 어쩜 좋아. 너무 궁금하지 않니? 어떤 전개일지. 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심리묘사가 어찌나 절절한지 저절로 이입되면서 호들갑을 떨면서 재회를 걱정하게 되는 거야. 과연 그는 여전히 잘생겼을까? 나를 아직 잊지 못했을까? 애인이 있을까?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이런저런 고민들이 들 거 아냐. 그래서 내가 멈추지를 못하고 다 읽어버렸어. 제인 오스틴은 진짜 절대로 혼자 읽을 수 없는 작가야. 북클럽을 꼭 해야만 하는 작가라고, 이건 다 같이 읽고 나서 호들갑을 피우며 수다를 떨면서 감상을 나눠야지만 비로소 독서가 완성되는 작가란 말이지! 안 되겠어. 조만간 내가 제인 오스틴 북클럽을 만들어봐야겠어. 아 악상을 떠오르듯 모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책 모임을 하다 몸살이 난 건데, 이젠 아주 지가 나서서 책 모임을 운영하겠다니...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질 수밖에 없네. 아... 집에 가고 싶다.


<설득/ 제인 오스틴(전승희 옮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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