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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Apr 27. 2023

타로 뽑듯이 읽으면 좋을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31

  - 인생에 답이 필요할 때 타로를 뽑듯이 읽으면 좋을 독일문학       

  

  

      일상이 불안하고 걱정이 넘치는 요즘 별자리 운세, 오늘의 운세 등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다가 직장 동료가 추천하는 타로 집에 다녀 왔다. 혼란스럽고 답답한 현재의 상태를 읽어내어 신기함과 동시에 원하는 곳으로 이직도 가능하다는 점괘가 나와 무척 만족스러웠다. 친구 A에 신통했던 타로 얘기를 하면서 과연 긍정적인 점괘대로 될지 기대된다고 얘기하는데, 친구 A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아차! 싶어졌는데...        


    “그렇~게 내가 타로 보러 가자고 할 때는 귓등으로도 듣지도 않더니만, 신기하고 재미있지? 너도 이제 타로 묘미에 빠졌겠군. 타로란 게 같은 카드가 나와도 상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 되게 흥미로워. 아니 근데! 타로 얘기를 하니 퍼뜩 생각나는 독일 소설이 있는데 말이야. 이게 총 30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번호를 뽑아 읽으면 딱 좋을 만한 이야기들이란 말이지. 


<거울 속의 거울>, <미하엘 엔데의 글쓰기>

<모모>알지? 그 소설 쓴 미하엘 엔데의 <거울 속의 거울>이란 소설이야. <모모>랑은 느낌이 다른데 말이야. 첫 단편부터 혼란스럽기 그지없는데, 혼란스러운 길을 따라 읽다 보면 알 수 없는 감동과 끝없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돼. 총 30편의 이야기들은 조금씩 맞물려 있는데, 이게 곧 또 촘촘한 연결이라기보다는 굉장히 허술하고 느슨해서 독자가 개입할 부분이 넘쳐나. 역자님이 소설이 마치 퍼즐 같은데, 퍼즐의 완성된 모습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다고 한 게 무슨 말인지 다 읽고 나면 알 수가 있지. 단편마다 세상을 아는 누군가가 툭툭 무심하게 답을 던져놓은 거 같거든. 미로 같은 이야기들 속에서 지금 내가 필요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거지. 같은 단편을 읽는데도 각자 다른 메시지를 읽을지도 몰라. 이게 타로인 거지. 카드 대신 단편 30편인 거지. 오늘 좀 뭔가 일이 안 풀렸다! 



질문 : 과연, 독자들이 31편을 읽고 재미있어 할 것인가?


그러면 뒤에 있는 차례를 가! 단편들의 첫 문장을 읽으면서 끌리는 걸 골라! 그러고 그 단편을 읽어! 그러면 분명히 해답이 거기에 있다! 이 말이야. 오늘 난, 25번 글이 끌리더라고. ‘고통, 악 등 부정적인 것을 모르는 것이 과연 인생에 도움이 될 거 같니?’라고 글이 나한테 되묻더라. 고민하고 있던 질문이 해결되었지. 25번 글을 뽑아 들고서 넌 어떤 해석을 할지 궁금하군. 차례에 나온 첫 문장 좀 볼래? 이거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 도대체 이런 소재와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해 낸 걸까?......”     




   친구 A의 영업에도 나는 아까 타로 결과만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과연 점괘대로 나는 이직에 성공할 수 있을까? 딴생각을 하는 걸 들켜버린 나는 타로 결과가 틀린다면 책을 읽어보겠노라 선언했다. 과연 나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거울 속의 거울/ 미하엘 엔데(이병서 옮김)/ ㈜푸른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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