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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May 18. 2023

좋은 남편 구하는 방법이 궁금할 때 읽으면 좋을 소설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32

  - 언니가 알려주는 좋은 남편 구하는 방법이 궁금할 때 읽으면 좋을 독일문학    


 

    요즘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지쳐서 늘어져 하염없이 폰만 쳐다보고 있는데, SNS에 올라오는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는 누군가의 썰 읽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의 연애, 결혼 이야기가 이렇게나 재미있을 일인가? 오늘도 어김없이 썰을 읽고 있는데, 친구 A가 밤공기가 선선해졌다며 밤 산책을 하자며 전화가 와 무거운 몸을 끌고 나갔다. 밤 산책하며 아까 본 SNS 썰 이야기를 푸는데 친구 A는 깜빡이 없이 갑자기 끼어드는데...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읽은 독일 소설이 XXX판에 올라올 거 같은 이야기인 거야. 놀라운 건 18세기 소설이란 거지.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알지? 괴테가 이 작품 읽고 영감받아서 쓴 거 아냐! 당시에는 여성 작가가 출판하는 일이 쉽지 않고, 여자가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평가절하고 그래서, 익명으로 냈다가 대박쳐서 실명 오픈한 거래. 조피 폰 라 로슈의 <슈테른하임 아씨 이야기>야.



조피 폰 라 로슈


당시 유행이던 서간 소설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데, 다른 점은 편지를 쓰는 사람이 여럿이라 인물의 심리를 더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지. 응? 아 그래, 왜 XXX판에 올라오는 이야기 같으냐 말이지? 슈테른하임이 부모를 모두 잃고 이모네 집에 머물게 돼. 이모부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 처조카를 영주 후궁으로 만들라고 해. 그게 싫은 주인공은 결혼 아니면 탈출방법이 없어서 개중 적당한 남자랑 결혼하는데, 알고 보니 이놈이 더한 쓰레기야. 또 마음에 들었던 남자는 너무 소심해서 영 쓸모가 없고 말이야. 남자 때문에 온갖 어려움을 겪는데, 읽어봐봐 진짜 난리도 아냐. 그래도 워낙 뛰어난 부모의 성정을 고스란히 물려받아서 잘 자란 덕분인지 주변에 인복이 있어서 도움을 받으니 그나마 다행이야. ‘슈테른하임 아씨’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반면교사 꼴로 좋은 남편감의 기준이 저절로 생기더라고. 18세기는 계몽주의 시대라서 소설도 시대에 맞는 여성상, 여성의 미덕, 교양 등을 교육하는 목적으로 소설이 집필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소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뭐 그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은 가부장제에 부역하는 여성상 아니겠어? 현모양처? 같은 거 말야.



근데 좀 다른 부분이 있는데, 주인공이 힘들 때 만난 언니들이 결혼하지 않은 여성 등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주는 점이었어. 똥차를 떠나보내고 벤츠를 기다리는 주인공에게 언니들은 굳이?라 외치기도 하거든. 좋은 남편감 찾기의 선택지에는 남편 없이 살기도 있다는 걸 말해줘서 좋더라고. 어때 18세기 XXX판 얘기 궁금하지 않니?”        



   기분 좋은 밤공기도 친구 A의 이야기도 좀처럼 나를 자극하지 못했다. 나는 누워서 읽고 있던 자극적인 썰의 뒷내용이 궁금해서 빨리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아 나는 왜 지성인답지 않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흔들리는 걸까. 근데, 너무 궁금하다.


<슈테른하임 아씨 이야기 / 조피 폰 라 로슈(김미란 옮김)/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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