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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Jul 13. 2023

가장 좋아하는 마녀가 있나요?

호들갑 독일문학 35

  - “가장 좋아하는 마녀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답하기에 도움이 되는 독일문학      


     친구 A의 도움 요청 전화가 왔다. 조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조카가 좋아하는 캐치 티니핑 종류를 외우는데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가볍게 생각하고 갔다가 핑핑 눈이 돌아갔다. 시티니핑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비슷한 게 많아서 더 어지러웠다. 우리 때는 기껏해야 태양계 수준의 이름 정도만 외우면 되었던 거 같다는 한탄을 나누다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각종 마법 소녀를 대다 마녀에까지 이르렀는데...      


구스타프 아돌프 슈판겐베르크의 발푸르기스의 밤(1888) 5월 1일 새벽 밤에 마녀들이 잔치를 펼친다.


  “뽀로롱 꼬마마녀!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주제가가 너무 좋아! 무지개 빛 오로라를 당신에게 드리겠어요~ 알지! 마녀 좋아하다 보니깐 일단 책 제목에 마녀가 들어가면 들춰보게 된단 말이지! 가끔 어린이 코너 가서 구경하는데, 얼마 전에 <꼬마마녀>를 발견했거든. 꼬마라길래 <마녀 배달부 키키> 떠올리면서 뒤적였는데, 완전 뒤통수 맞았다니깐! 127살인데, 외모는 할머니인 마녀야. 5~600살도 넘게 사는 마녀 세계에서는 꼬마인 거지. 재밌지! 요즘 미디어에서 마녀는 ‘젊고 예쁜’ 이미지로 그리잖아. 깊은 산 속에 까마귀 아브라삭스와 살고있는 꼬마 마녀는 마녀의 밤잔치에 참여하고 싶지만, 500살은 넘어야 잔치에 갈 수 있대. 어리다고 잔치에 오지 못하게 하는 거에 불만을 토로하다 결국 몰래 잔치에 참여했는데, 고모 마녀한테 딱! 들켜. 크게 혼나는 대신 1년 동안 열심히 요술을 익히고 착한 일을 하면 참여를 허락한다는 여왕 마녀의 약속을 얻어내. 1년 동안 꼬마마녀는 마을 사람을 여러 만나며 요술로 착한 일을 쌓아가는 이야기야. 


꼬마마녀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괴롭히는 사람을 골탕 먹이면서 다시는 괴롭히지 못하게 하거나 추운 겨울 발이 꽁꽁 언 채로 군밤을 파는 군밤장수의 발이 더 이상 춥지 않게 요술을 부리는 등 도움을 줘. 근데, 골탕을 먹일 때는 좀 과하지 않는가? 싶어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이란 무엇일까? 그런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 좋은 일을 위해선 어디까지 도와줘도 되는 걸까? 여러 고민이 들더라고. 꼬마마녀와 같이 사는 까마귀 아브라삭스도 비슷한 고민을 건네기도 해. 근데 또 마녀랑 마법소녀는 이미지가 다르지 않아? 애초에 마녀였을 텐데 어쩌다 소녀로 확장됐을까? 


나는 글렀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어린이 책을 들었는데, 계속 질문이 쏟아져 나오는 거 있지. 그나저나 너가 가장 좋아하는 마녀는 누구야? 아 근데 이거 결말이 대박이다! 들어봐 들어봐...”       


   

   결말 스포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나 또한 꽤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다. 좋아하는 마녀에 대한 질문에 나의 대답은 <마법소녀 리나>. 뛰어난 능력과 거리낌 없이 성질을 부리는 게 어린 마음을 불태웠었지. 추억의 소녀들이 소환되었고, <천사소녀 네티>까지 등장했다. 그나저나 마녀는 어쩌다 천사에까지 이르렀을까?       



 <꼬마 마녀 /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백경학 옮김)/ 길벗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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