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효경 Jul 27. 2023

유튜브 해보라고 권유하는 사람들 무찌르기 좋은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36

  - 무작정 유튜브 해보라고 권유하는 사람들을 무찌르기 좋은 독일문학      

 


    요즘 어딜 가든 심심치 않게 ‘유튜브나 해야겠다.’, ‘유튜브 해볼 생각 없으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과정은 생략된 채 유튜브를 쉽게 생각하고 쉽게 던지는 말들에 피로해져 있었는데...      



  “야! 나 완전 공감! 아니 그게 뭐 쉽냐고. 기획하고, 찍고, 편집하고, 편집하고, 편집하고, 편집하고. 어휴 다들 결과물만 보니깐 ‘짜잔’하고 나오는 줄 안 다니깐. 김현미 교수님이 쓴 책에 ‘자아전시적노동’이란 개념이 나오거든. 브이로그같이 일상과 노동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단 말이지. 퇴근개념이 없으니깐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그런 불안감! 게다가 주로 이미지로 구현되잖아. 이거 문제 있다 보거든. 



고트프리트 켈러

얼마 전에 내가 19세기 배경의 소설을 읽는데 말이야. 그때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낀 이야기가 있더라. <젤트빌라 사람들>이란 소설인데, 젤트빌라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모음집이야. 걔 중에 ‘옷이 사람을 만든다.’랑 ‘자기 행운의 개척자’가 인상적이더라고. 앞에 이야기는 일자리를 잃고 방랑하는 재단사가 있었는데, 입고 있는 옷과 인상이 수려해서 어느 귀족으로 오해받고 대접받아서 생겨난 일들이고, 뒤 이야기는 인생 한 방을 생각하는 주인공이 성공을 위해서 실질적인 노력보다는 부수적인 행동을 하는 거야. 예를 들어서 이름을 힙하게 개명해서 있어 보이게 하면 행운이 저절로 찾아올 거라고 기대하는 거지. 


p.217 자기 행운의 개척자


상대의 외적인 요소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이나 겉치레로 포장하면서 손 안 대고 코 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는 소설들을 읽으면서 요즘의 것과 되게 닮아있어서 흥미롭더라고. 21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한 버전으로 새롭게 써봐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예전에는 그래도 외형만을 꾸미고 드러내는 거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었던 거 같은데, 요즘은 일단 돈이 되면 다 오케인 거 같아서 에휴. 



젤트빌라 사람들1, 2편 1955년 출판 표지 

사실 이 소설은 시간을 두고 1부 5편, 2부 5편 발표해서 총 10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에는 5개 정도 번역된 거 같더라고. ‘고양이 슈피겔’이야기 너무 재미있어. 이것도 완전 추천! 고양이가 마법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꾀를 부리는 이야기인데 이것도 2부에 속한 단편이더라고. 당시 산업화가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사회정치적인 면이 변화하는 상황이라 사회가 심히 혼란스러웠겠지. 그래서인지 내용이 등장인물에 대한 비판적인 요소가 드러나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더라고....”      


 

   친구 A를 홀린 듯 듣고 있으니 유튜브 해볼 생각 없냐는 질문이 입 밖으로 저절로 삐져나올 뻔했다. 왜 사람들이 그런 말을 쉽게 했는지 잠깐 이해하게 되었다.      



 <젤트빌라 사람들 2부 / 고트프리트 켈러(권선형 옮김)/ 창비>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좋아하는 마녀가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