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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Aug 10. 2023

역사물에 진심인 사람에게 강추하는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37

  - 역사물에 진심인 사람에게 강추하는 독일문학  


   

    “재..미있는거? 말이지? 재미라... 흠 뭐가 좋을지 모르겠네. 일단 너무 작품이 없어서. 아! 혹시 역사물을 좋아하는가? 그러면 <황후 엘리자베트>어때?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황후 엘리자베트 이야기인데,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임. 당시 유럽 전역에 혁명이 일어나고, 세계 1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지. 아! 황실이 배경이라 의상이며 건축이며 미장센이 끝장남! 



라데츠키 행진곡 영화 스틸컷

근데, 소설은 어때? 역사란 말이지. 자고로 역사책에 등장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가 또 찐이거든! 요제프 로트 <라데츠키 행진곡>에서 충실하게 그 당시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더라고. 1856년 쏠페치노 전투부터 세계 1차대전이 발발했던 때까지 3대에 걸친 토르타 집안 이야기야.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쏠페치노 전투에 참전했다가 우연히 황제의 목숨을 살리고 영웅이 되고, 귀족작위도 받아. 덕분에 아들은 군수가 되고, 주인공 손자 카를 요제프는 실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여전히 건재한 할아버지의 영광 덕분에 나름 평화로운 군 생활을 하지. 그런데 주인공인 카를 요제프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와는 달리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계속 달고 살아가. 아무래도 당시의 변화하는 시대를 읽진 못해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거겠지. 작가가 디테일하게 주변을 묘사하고 감정을 적합하게 전달하는데 탁월한 사람인 거 같아. 문장들이 허투루 쓰인 게 없다는 느낌이 든단 말이지. 제국이 종말로 향해가는 과정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을 잘 표현하더라고. 



소설 발표 후에 논쟁이 있었대. 합스부르크 제국을 미화했다는 쪽과 합스부르크 제국의 모순을 파헤친다는 쪽으로 나뉘었는데, 정반대로 나뉘는 해석이 흥미롭더라고. 아무래도 역사의 한가운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상충하는 면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내가 봤을 땐 양쪽 모두를 이야기한 거 같거든. 카를 요제프는 다 커도 여전히 아버지 눈치를 살피고 사람과 관계 맺는 걸 어려워하는 등 굉장히 수동적인 인물이라서 이런 무색무취한 인물도 주인공을 할 수 있구나 싶은데, 그런 인물이 당시를 대표하는 상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이 소설은 충실하게 개인의 서사를 따라가며 역사와 당시의 분위기를 진지하게 다뤘다면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는 동시대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해학적으로 풀었다고 해야 할까?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두 작품 읽으면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역사는 이제 다 안다고 할 수 있지. 너 며칠 쉰댔지? 아. 얼마 안 되네. 그러면 일단 이번에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읽으면서...”     



   아. 이번 휴가에 호캉스하면서 정주행할 넷플릭스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느닷없이 독일 문학을 추천하는 친구 A...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때우고 싶어서 콘텐츠 추천해달라고 한건데... 너랑 나랑의 재미는 참... 다르구나... 나는 역사물 별로 안좋아하는데, 아직도 나를 모르는 친구 A... 

 


<라데츠키 행진곡/ 요제프 로트(황종민 옮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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