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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Aug 24. 2023

여름 끝자락을 붙잡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38

  - 여름 끝자락을 붙잡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독일문학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뭐냐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여름이라 답했는데, 근래 몇 번의 여름을 지나오면서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폭우와 폭염. 재난과 사고. 낭만적이지 않은 여름 날씨는 쉽사리 여름이 좋다는 말을 꺼내기 어렵게 했다. 내가 좋아했던 여름의 장면은 어쩌면 미디어에서 그려낸 환상에 그치는 것일까. 왜 여름을 좋아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며 올해 마지막이 될 복숭아를 깎아 친구 A에 건네는데...    




    “너 무슨 여름 타니? 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여름은 좋을 게 이 복숭아와 수박밖에 없다고. 밤새 매미가 울어대지. 이번 주만 해도 모기한테 8방 물리고... 덥고 끈적거려서 독서할 기력과 집중력을 여름에 도둑맞았다니깐. 그래서 그런가?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행동부터 하니깐 한창이거나 격정적인 순간을 여름으로 은유하나 보다! 소설이 너무 안 읽혀서 서가 돌다가 <1913년 세기의 여름>이란 책을 꺼내 들었는데 말이야. 왜 여름이지 싶었거든. 너랑 얘기하다 보니깐 알겠다. 이 책 진짜 흥미로운 구성인데 말이야.


 1913년에 일어났던 일을 화가, 철학자, 소설가 등 인물의 일화를 빌려와서 정리한 역사에세이야. 작가가 3년 동안 기사, 작가들 일기, 편지 등등을 모아서 정리해서 썼다고 하더라고. 대단하지 않아? 토마스 만에 악평 듣고 속상했던 얘기. 카프카가 애인한테 망설이던 일화. <꿈의 노벨레>를 쓴 슈니츨러랑 프로이트가 사석에서 되도록 피하려고 했던 이유 등등 작가의 일상 이야기나 뒷이야기가 나와. 모더니즘 작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보물찾기하듯 읽기 좋은 책이야. 


1911년 모나리자 도난당한 기사


1913년 모나리자 반환전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현장


아 그리고 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그림 <모나리자> 1911년에 도난당하고 1913년에 피카소가 용의자로 심문받은 적 있었대. 여러 인물의 일기장과 당시의 기사 내용이 얼기설기 엮어져서 시대를 읽을 수 있게 배치한 게 진짜 콜라주 같아. 1913년이 제1차 세계 대전 발발하기 직전이잖아. 발칸전쟁은 진행 중이지, 포드 자본주의가 본격화되고, 민족주의는 극에 달하고! 그래서 작가는 1913년을 세기의 여름이라 정의하는 거 같아. 뭔가가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던 때란 게 느껴져. 듣자 하니 너 여름이 끝나는 게 아쉬운 모양인데, 110년 전 유럽 6~8월 파트 읽으면서 여름을 만끽해 봐. 너도 아는 작가 많이 나오니깐 흥미롭지 않을까? 얼마 전에 출간한 엘제 라스커 쉴러도 자주 나오더라. 그리고 또 어떤 작가가 나오냐면...”        



  친구 A의 영업을 들으니 우리는 지금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새삼 궁금해졌다. 계속 뭔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이 불안함이 또다시 세기의 여름이 다가오는 걸 암시하는 걸까? 




  <1913년 세기의 여름/플로리안 일리스(한경희 옮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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