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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Sep 07. 2023

1930년 베를린 생활이 궁금할 때 읽으면 좋은 소설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39

  - 1930년 베를린 생활이 궁금할 때 읽으면 좋은 소설(독일문학아님주의)     


     친구 A는 요즘 입만 열면 베를린 타령이다.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브이로그를 보거나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는 책을 찾아 읽고, 베를린을 검색하고... 친구 A가 베를린에 집착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몇 년이 되었는데...    




    “가을만 되면 베를린이 생각난단 말이야. 이런 날씨에 베를린 거리 카페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책도 읽고... 음 베를린. 아! 요즘 날씨에 딱 맞는 베를린 배경 소설을 발견했는데, 독일문학은 아니고, 영국 작가인데 베를린에서 몇 년간 체류하면서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게 됐다네. 베를린도 베를린인데, 사실은 1930년대 게이문학의 대표작이라서 호기심이 갔단 말이지. 그런데 은은해! 내가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토마스 만의 아들인 클라우스 만의 작품이 번역되어야지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대신 1930년대 초 그러니깐 정확히는 히틀러가 정권을 잡기 직전의 베를린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인 소설이었어. 


베를린 이야기 1, 2라는 부제를 한 <노리스씨 기차를 갈아타다>랑 <베를린이여 안녕>이 바로 그 소설들이야. 첫 번째는 장편이고, 두 번째는 6개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더라고. 두 이야기 모두 관찰자의 시선이 돋보이는 소설이야. 영국인 출신이라는 화자의 배경은 공산주의자, 나치주의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당시의 모습을 가치판단 없이 볼 수 있어서 새롭더라고. 같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독일문학을 읽으면 나치주의자에 대한 비판 등 주관적인 태도가 두드러졌단 말이야.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지거나 반성하게 되어서 무거워질 때가 많단 말이지. 그런데, 그 시대 베를린은 한편으로는 카바레를 중심으로 화려한 문화가 꽃피우던 시절이기도 한데 말이야.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와 W.H. 오든


외부인의 시선에서 그리니깐 또 색다르게 보여서 흥미로워. 나치당이 제2야당으로 올라선다거나, 유대인 혐오 활동 등 역사적 사실이 픽션이 적절하게 엉켜있어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어. 뭐니 뭐니 해도 등장인물 간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단 말이지. 대책 없어 보이는 노리스씨, 얼마나 매력적으로 생겼길래 하숙집 주인 슈뢰더 부인이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을까 궁금해지는 쎌리, 안타까운 피터. 인물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소설이야. 베를린이라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이고, 사건이지. 역시 베를린이야. 아 베를린 가고 싶네...”       



   베를린 가본 적도 없는 친구 A가 무슨 베를린에서 10년은 살았던 거처럼 말하는 뽐새가 새삼 대단하다 싶었다. 전형적인 집순이 친구 A가 과연 베를린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나도 새삼 궁금해진다.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 베를린이여 안녕/크리스토퍼 이셔우드(성은애 옮김)/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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